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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이 짊어진 두개의 짐
2005-10-26
검찰총장이 짊어진 두개의 짐 강정구 교수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구속수사 문제로 연결되고,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이어져 결국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를 가져왔으며, 이제 법무장관과 검찰의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의 과제로 넘겨졌다. 정 총장 내정자도 검찰 조직의 안정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언급할 정도로 이번 사태로 인한 검찰의 동요는 작지 않았다. 그런데 정 총장 내정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 17회 동기일 뿐 아니라 특별히 친밀한 관계라는 이유 때문에 코드 인사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 총장 내정자의 표현대로 ‘정책 이해를 잘하는 것’은 앞으로 정부(특히 대통령과 법무장관)와 검찰의 관계를 조율해 나가는 데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비교적 원만하게 갈등을 해소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 되겠지만, 그것이 대통령과 법무장관의 요구대로 검찰을 움직여 나간다는 의혹으로 연결될 경우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정 총장 내정자의 어깨는 무겁고, 행보는 신중해야 한다. 한편으로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검찰 개혁이라는 과제를 진행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서 중립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철저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를 사법기관(즉 사법부)이라 부르며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하는 것은 재판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공정성이며,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비록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에 속해 있지만, 담당하는 역할은 사법작용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 부르며 사법부에 버금가는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않을 경우 그 자체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판결까지도 그에 영향받게 될 우려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에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함으로써 많은 무고한 사람이 법의 이름 아래 부당한 억압을 받았던 예가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도 이러한 검찰의 독립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검찰청법 제8조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검찰의 독립에 대한 외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려가 들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 총장 내정자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 당시 차관으로서 호흡을 맞추며 검찰 개혁을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검찰의 과거를 돌아보면 반성해야 할 점도 많고, 개혁되어야 할 부분도 많다. 또한 정부 측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도 간과될 수 없다. 그러나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명분으로 대통령 또는 그에 의해 임명된 법무장관에게 검찰이 종속될 경우의 문제도 적지 않다. 검찰의 민주성과 수사의 공정성은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다. 어느 한쪽을 위해 다른 한쪽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둘 다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민주적이지 않은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한다고 누가 신뢰할 수 있을 것이며, 공정하지 않은 수사를 하는 검찰이 어떻게 민주적일 수 있겠는가. 이제 검찰의 민주성과 독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만 하는 것이 검찰의 과제이고, 정 내정자가 검찰총장으로서 당면한 최우선적 과제일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헌법학) 출처 - 세계일보 2005. 10. 26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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