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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별 학습' 공교육 정상화를
2005-10-18
'수준별 학습' 공교육 정상화를 학생들에게 즐거운 학교가 되려면 과목별 수준별 학습이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8학년도가 되면 중학 1학년생과 고교 1학년생부터 영어와 수학 과목을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반을 나눠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그에 따라 교과서도 현재 한 종류에서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세 종류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제작한 수업 자료를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수준별 수업을 하는 학교가 극소수 있지만, 2008학년도부터는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할 전망이어서 공교육 정상화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 가지 수준의 교과서가 공급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도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준별 수업 자료를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의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사교육 의존도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교 과목에 따라 수준별로 수업하게 되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지고 학교 생활도 즐거워질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한 가지 교과서로 중간 정도 학생의 수준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 나머지 학생들은 학습 흥미를 잃게 될 위험성이 있을 뿐 아니라 수준별 수업을 제공하는 사교육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게 된다. 수준별 수업을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적 결함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겨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을 타파하고 학교에서 과목별 수준별 수업을 제공해주는 것을 반대할 명분은 없다. 핀란드 고등학생들이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도 세계 최상위를 기록하는 비결은 과목별 수준별 맞춤학습에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과목별 수준별 수업계획에 대하여 아직은 다양한 안을 검토하는 단계이지만, 현재 7차 교육과정에서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는 수준별 수업을 제대로 실시해보겠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정책이다. 후속 조처로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다양한 교과서를 제작하여야 하며, 동시에 수준별 수업에 맞는 평가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 수준별 수업을 성적 우열반 수업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수준이 서로 다른 학생들을 평등교육이란 미명하에 같은 반에서 교육하면 수준이 낮은 학생들은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에 더욱 수준이 떨어져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방식대로 수업하면 가장 손해를 보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수준이 맞지 않아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경제적인 이유로 사교육도 받을 수 없는 계층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수준이 낮은 반에서 수업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학부모들도 수준별 수업을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체 평균 성적을 기준으로 한 우열반과 과목별 성적을 기준으로 한 과목별 수준별 반 편성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리고 과목별 수준별로 편성된 반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적 변화에 따라 이동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동기 부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이해하여야 한다. 학교에서 과목별 수준별 수업이 정착되면, 학습 흥미도 높아지고 학습동기도 고양되어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즐거워질 수 있다. 학교 생활이 즐거우면 학생들의 심성도 밝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학교 생활이 만족스러우면 사교육을 찾을 이유도 경감된다. 그러므로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들이 수준별 수업을 통하여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권대봉 (고려대 사범대학장) 출처 - 세계일보 2005. 10. 18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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