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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개정안, 공교육 붕괴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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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2 |
| 사학법개정안, 공교육 붕괴시킨다 최근 여당이 제시한 사학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개방이사제 도입과 학교운영위의 심의기구화 등이다. 이 가운데 개방이사제란, 학부모나 교사, 학생들이 재단이사의 3분의 1 이상을 추천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경영 참여를 강제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건국 이래 우리 정부는 공교육의 많은 부분을 사립학교에 의존해 왔다. 그러면서도 사립학교를 국공립학교와 동일한 잣대로 감독하고 규제하여 온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교육정책과 관련, 자성의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오히려 사학재단의 경영권 축소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폐교의 위험은 논외로 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사학재단들은 당장 학교에 대한 투자를 대폭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신규로 사학이 설립될 가능성 또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장 우리 2세들의 교육을 담당할 공교육시장이 위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사학법 개정은 공교육시장을 붕괴시키는 반면, 사교육시장을 더욱 확대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학법 개정 논의는 이에 대비한 국가 재정이 확보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자칫하면 쌀밥 먹기 위해 밭을 팔았다가 보리밥도 못 먹는 형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것이 독일의 근로자 경영 참여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은 세계에서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문제는 이러한 법적 강제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 이전에는 독일 경제의 원동력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오히려 자본시장을 위축시키는 폐해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독일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그러나 강제규정을 자율규정으로 개정하지 않는 한 그 개선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며, 현실이다. 즉, 사학의 교사나 학부모, 학생 등의 경영 참여를 자율이 아닌 법적으로 강제하는 경우, 공교육시장이 위축된다 하더라도 국가재정으로 이를 충당하지 않는 한 해결 방안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국내의 많은 사립대학은 총장 선출 등과 관련하여 교직원들에게 후보추천권을 부여하는 등 자율적 경영 참여를 인정한 지 오래다. 이를 놓고 사회 일각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대다수는 교내 구성원 간의 분열, 학사행정의 포퓰리즘화 및 나눠먹기 식의 교육행정 운영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간선제로 전환하여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대학이 많다. 그러나 만약 총장 선출과 관련하여 직선제를 법적으로 강제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새로운 대안이 나오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는 개방이사제가 비효율이고 폐해가 크다 하더라도 법 개정 전에는 개선 방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사학재단의 폐쇄성 타파라는 명분은 일부 사학재단들의 파렴치한 행위들을 고려해 볼 때 나름대로 명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빈대잡기 위해 공교육시장이라는 초가삼간(草家三間)을 다 태울 수는 없다. 지금까지 현 정부와 여당은 끊임없이 이상주의적 개혁에 몰두했고, 그 결과는 항상 시장 위축을 초래했다. 일부에서는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정치권의 무분별한 정치 쇼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적 교육개혁은 경우에 따라서는 공교육시장의 붕괴라는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개정안 내용은 사학재단의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학법 개정을 마치 민생을 위한 것처럼 위장하거나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부디, 국가의 장래와 교육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생각하는 정치권과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9. 10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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