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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이탈하는 노동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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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2 |
| 궤도 이탈하는 노동운동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에 잠정 합의함에 따라 완성차업체의 파업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하다. 사실 올해 산업현장의 노사관계는 상급단체인 두 노총의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불참 등 극단적 정치투쟁 공세에도 불구하고 노사분규 건수가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안정된 양상을 보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재연되는 자동차업계 파업 사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자동차기업은 월등한 복지혜택과 함께 대표적인 고임금 사업장이다. 국내 자동차업체의 임금 수준은 실질구매력 기준으로 GM을 넘어섰고 포드 및 도요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완성차업체 노조는 파업을 연례행사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중소 협력업체들은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는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피해가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으로 세계 3~5대 메이커만 살아남는다는 자동차업체에서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파업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버텨왔지만 완성차업체의 고질적 파업병은 앞으로 기업의 운명에 치명타가 될 우려가 크다. 노사관계에서 근로자는 비록 약자일지 몰라도 노동조합은 약자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대기업 노조는 이제 거대한 힘을 가진 권력집단이 됐다.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려는 자동차기업에서 국내 생산물량을 줄이거나 해외공장을 건설하는 문제까지 노조의 동의를 구하라는 것은 인사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다. 당기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라는 주장 역시 연구개발 투자의 위축으로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요구다. 문제는 노동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파업하겠다고 위협하더라도 사용자가 이에 대응할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기업은 생산차질 및 매출손실로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외부인력의 대체근로는 금지돼 있고, 파견근로를 활용할 수도 없다. 반면 노조는 파업이 오래 지속되더라도 생산장려금 등 각종 명목으로 파업기간 중 임금을 실질적으로 보상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교섭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법으로는 쟁의기간 중 임금지급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불공정한 교섭 지형에 변화가 없다면 내년에도 연례파업이란 교섭패턴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노사관계의 적대성 면에서 한국은 60개국 중 60위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꼴찌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파업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권력집단으로 변질된 우리 대기업 노조들이 노동운동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난 노동운동 행태를 보이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제 파업이 연례행사가 되는 불건전한 교섭관행은 고쳐져야 한다. 대기업 노조의 파업 만능주의는 이제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 행정적 지원과 법적.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파업이 교섭에서 사용자를 압박하는 일상적인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파업 요건을 강화하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을 때 사용자가 동원할 수 있는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임금인상률이 노조의 교섭력에만 의존함으로써 대결과 투쟁 위주의 극심한 노사분규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임금인상 기준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마련하고 임금협약을 다년간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2000년 이후 현대자동차의 임단협 교섭 가운데 올해가 파업기간이 가장 짧았고 손실액도 가장 적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그러나 기록적인 순이익 실현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임금을 동결하고, 추가임금 없이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세계 선진업체에 비해서는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다. 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출처 - 중앙일보 2005. 9. 10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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