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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도청 안된다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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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9 |
| 휴대폰 도청 안된다더니… 국정원이 개인 휴대전화까지 불법적으로 도청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 동안 과거 정부는 휴대전화의 도청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국민을 속여 왔다. 그러나 휴대전화 도청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은 통신기술 전문가와 관련 업계 사람들에게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아날로그 방식 휴대전화는 물론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전화도 도청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도청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한편으로 정부기관을 통해 개인 휴대전화 내용을 엿듣고 있었던 것이다. 국가기관이 국민 몰래 도청장비를 도입해 개인의 통신과 사생활 정보를 캐어 왔다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한 정치집단의 정권 유지나 강화 등의 정치적 목적에서 국가기관이 무차별로 도청해 온 것은 중대한 국가 범죄이다. 이런 도청 행위는 국민의 통신과 사생활 비밀 및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에게 불안과 피해 공포를 주는 범죄이다. 자국의 안보나 국익을 위해 타국의 기밀이나 테러 정보를 캐는 국제정보전쟁을 수행해도 시원찮을 국가 정보기관이 자국민을 상대로 도청해 온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도청이 가능해도 그 대상 인원이 기껏해야 1000명 정도이니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의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장관도 있다. 도대체 정부가 도청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또 이 사태를 바라보는 대부분 국민의 자세는 어떠한가. 자신은 정·재계 인사가 아니니 도청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해도 좋을 일인가. 전화 통화나 인터넷상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자신의 통신 내용이 유출되어도 상관할 바 아닌가. 자신의 통신 내용이나 개인 정보가 그 누군가에 의해 불법적으로 유출되어 자신에게 끼칠 정신적·물적 피해는 상상하기만 해도 소름끼치도록 끔찍할 것이다. 통신비밀이 보장되지 않은 채 통신 네트워크만 잘되어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불법 도청이 자행되는 사회에서는 개인들은 불안하여 입술조차 떼기 힘들 것이고, 만연한 불신 속에서 진정한 시민 네트워크는 형성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 불법 도청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 누구나 와이어 테이핑(전화 도청)뿐 아니라 네트워크 사용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 스니핑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도청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테이핑의 시대가 올는지도 모른다. 조지 오웰이 말한 ‘빅 브러더’를 꿈꾸는 정부와 정치 권력의 집중화와 절대화를 위해 시민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유혹은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받은 도청 사실의 충격보다 더 큰 충격은 쓰나미와 같은 도청 공포의 엄습이다.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과 도청 공포의 확산은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 갈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과오를 통렬히 반성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정부의 진정한 반성 없이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이 사생활의 비밀과 의사소통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는 진정한 유비쿼터스 사회를 기대한다면, 이번 불법 도청 사건을 지혜롭게 다뤄야 한다. 먼저 국민 개인의 통신 비밀과 사생활을 침해할 뿐 아니라 국민 정서에 심각한 손해를 주는 불법 도청의 심각성을 온 국민이 절실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불법 도청 범죄를 엄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기술적·법적 보완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 출처 - 세계일보 2005. 8. 19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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