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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청과 국가정보원의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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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8 |
| 불법도청과 국가정보원의 미래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불법 도청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그 형체가 공개적으로 드러날 때까지 이번 사건은 소문으로 우리 사회에 회자되면서 국민적 의혹을 받았다. 그런데 그동안 입소문으로만 나돌았던 국가기관에 의한 도청이 이른바 ‘X파일’이라는 불법 도청테이프로써 확인되면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에게 국가란 보호해주는 울타리요 그 터전인데, 주권자인 국민의 사생활을 염탐하고 이를 악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자행된 도청은 그야말로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결과가 되고 만 셈이다. 더구나 그동안 국정원은 이런 도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잡아떼 왔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불법 도청이 국정원의 정상적인 조직에 의해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하나,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조직체계를 가진 기관에서 그 실체를 모르고 통제하지 않았다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불법 도청사건으로 인하여 사회 일각에서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자유와 생명, 재산을 지켜야 할 최 일선의 중요한 국가기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면서 국민의 권리를 짓밟는 행위만 한다며 그 무용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과거 국정원의 전신이었던 국가기관들의 행태를 보면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가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군사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은 경험 때문에 절대 그랬을 것 같지 않은 정권들까지도 도청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차라리 도청의 진원지인 국정원을 폐지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해도 당국으로서는 반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국가 정보기관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지 않고 정치적 의도에 따라 움직여 왔던 과거의 얼룩진 역사에 대해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그렇지만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草家三間)을 다 태울 수는 없다. 국가의 중요한 정보를 담당해야 할 국가기관의 존재는 현대 국가에 있어서, 더구나 오늘날과 같은 정보전쟁의 시대에 필수적이다. 그리고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불법 도청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얼마나 엄청난 위법행위인지는 새삼스럽게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이번 기회에 불법 도청을 원천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 법과 제도의 정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개선한다 하더라도 위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공직자의 의식과 철저한 도덕성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할 뿐이다. 과거 안기부에 의해 자행된 불법 도청 문제는 그 원인과 과정을 소상히 밝혀 도청에 연루된 자들에게 준엄한 법의 잣대를 적용,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금 정치권에서 거론하고 있는 국정원 해체 주장은 결코 문제의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 정보의 시대에 국가 차원에서 정보기관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국가와 국민의 이익 때문이다. 국정원장은 이미 이번 사건과 관련, 국민에게 사과했다. 차제에 국정원은 국민의 우려를 씻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기분으로 조직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국정원 개혁에서 논의됐던 것처럼 문제가 된 국내정치와 관련된 정보수집 활동은 금지하고 해외정보나 대북정보 등의 분야에서는 그 기능을 효율화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아 뼈를 깎는 고통으로 개혁을 해야 한다. 또한, 국민은 국익을 위해 눈에 띄지 않게 노력하고 있는 국정원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주시해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8. 18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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