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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처리, 법치주의를 지켜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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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6 |
| X파일 처리, 법치주의를 지켜야 퍼즐놀이는 매혹적이다. 작은 조각에 새겨진 정보를 바탕으로 추리를 거듭하고, 마침내 빈 공간에 꼭 들어맞는 조각을 찾아 정확하게 끼워 맞출 때의 짜릿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래서 X파일의 내용이 너무나 궁금하다. 말하자면, 한국현대사의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 뭉치로 발견된 셈이 아닌가. 각 정파 간의 타협과 거래, 공·사석을 넘나들며 전개되는 몇몇 개인의 독백과 분노는 그때 그곳에서 왜 역사가 특정한 방향으로 급류를 타며 소용돌이쳤는지를 밝혀주는 생생한 자료일 터이다. 거기에 그 정보량이 결코 적지 않다는 사(私)생활 파일까지를 더하면 이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자료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X파일을 둘러싼 정치권과 일반의 의견은 일단 자료 전체를 공개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 몇몇 시민단체들은 불법도청 테이프의 내용 가운데 ‘나라를 붕괴시킬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공성의 원칙에 근거하여 도청 내용의 전면공개 및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도청을 기획하고 지시했다는 혐의, 도청 자료를 이용하여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느냐는 의심, 도청 자료 중 뭔가 개인적으로 약점을 잡힌 일이 있다는 소문이 한데 얽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전면공개가 불가피하다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도청자료의 공개 여부를 논하기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국민, 관련기관 및 관계자 등이 모두 승복하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이 가장 적절할 것인가라는 부분이다. 어떤 경우든 법치주의(法治主義)의 원리에 따른 ‘적법절차의 원칙’이라는 대전제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적’들에 맞서기 위해 우리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생각은 사회 전체를 허물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상(理想)과 대의(大義)가 훌륭하다면 절차를 무시해도 상관없다는 견해도 마찬가지다. ‘법’은 각 법률 주체들의 이익을 조화롭게 실현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개인 간의 분쟁을 해결할 때 자력(自力) 구제를 금지하고 사법(司法) 시스템을 통하는 것은 모든 근대 문명사회의 근간이요, 상식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거나, 오직 주먹만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분쟁 해결을 위해 개인과 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무한대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진실의 문제는 좀더 복잡하다. 이번 도청 테이프 사건에 국한하면 원본과 복사본, 편집본과 삭제분, 녹취록 사이에 특정 개인들의 의도가 스며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X파일로 빚어진 혼란의 가운데 명확한 사실은 불법도청 테이프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 제작과 유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위법적으로 수집된 불법도청 테이프나 녹취록의 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여당이 주장하는 한시적 특별법이든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 도입이든 모두 어느 정도 위헌의 소지가 있다. 아무리 법안의 내용이 좋다고 해도, 이번만 특별히 예외적으로 처리하고 넘어간다면 그 후유증은 머지않은 장래에 부메랑처럼 돌아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다. 적법 절차의 원칙과 관련한 대표적 판결인 호주의 버닝 판결에서도 “강한 진실의 추구는 그만한 대가를 치른다”고 하였고, 미국의 맵 판결에서도 “위법 수집 증거의 이용은 진실에 이르는 가장 저급한 지름길”이라고 하였다. 빈대 잡는 맛이야 짜릿하겠지만,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 이두아 (변호사) 출처 - 조선일보 2005. 8. 16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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