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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방송, 공익 이념 포기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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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5 |
| TV방송, 공익 이념 포기하는가 KBS TV 드라마에서 일어난 ‘시어머니 뺨때림’, MBC TV 생방송 음악 프로에서 있은 가수의 성기 노출 장면 등은 2개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이 공익방송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상징적 사건들이라고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방송 광고의 활성화를 위해 협찬·간접광고와 전자적 영상합성 기술을 이용한 가상광고까지 허용하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방송 광고의 무제한 허용 방침은 정부 또한 공영방송이 공익적이기를 포기토록 조장하는 조치라고 보인다. 공영방송의 포기 조치는 한국 방송의 이념적 방향을 뿌리째 흔들리게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제 방송 또한 신문처럼 공익적 논리보다 산업적 논리를 따르도록 하자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이 사익(私益)을 극대화하게끔 프로그램 내용과 광고 방식에서 무제한적 자유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런 것은 원천적으로 신문 매체와 달리, 방송 채널의 희소 자원에 입각한 ‘국민의 방송’ 개념을 거부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런 변화는 거대 지상파 방송들의 수익구조 악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 KBS는 막대한 적자가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다른 지상파 방송들도 그 동안 막대한 이익을 누리던 것에서 현격하게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실 이런 지상파 방송들의 수익악화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인터넷은 신문·방송 등 전통적인 매체산업에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전통적 매체들이 누렸던 영향력은 근본적으로 대중을 향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독점적 지위에 기인했다. 그러나 인터넷은 그런 독점적 지위를 무너뜨렸고, 드디어 전통적 매체들이 누려 왔던 독점지대로부터 발생하는 불로(不勞)소득을 현격하게 감소시키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다양화, 그로 인해 특정 매체의 거대한 영향력으로부터 해방되는 이른바 민주적 언론 환경을 갖게 되는 효과를 가져 왔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그런 새로운 언론 환경이 가져온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통로의 다변화는 또한 수용자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콘텐츠 경쟁을 한층 치열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지상파 방송들이 보여주고 있는 공익적 이념의 포기 현상은 바로 그런 데서 연유하는 셈이다. 수용자 시장을 잡아먹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내용을 극단적으로 자극적이게 만들고, 그럴 때 광고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을 예방하자는 것이 방송의 공익적 이념 논리이고, 그것에 기반하여 시청료 납부, 방송 채널의 제한 등과 같은 특별한 보호 장치를 두고 있으며, 심지어 방송위원회를 통해 방송정책 수립 및 관리감독 기능을 맡기고 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정부로부터 지나치게 독립적 지위를 누리려는 욕망에서 정책수립 기능을 상실했고, 그로 인해 또한 거대 공중파 방송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권한마저 무력화된 상태이다. 방송사들이 방송위원회의 눈치를 보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광고 방식의 정책적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방송인은 물론 만인이 웃을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방송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문제시될 수밖에 없다. 방송의 수익 구조 악화를 프로그램 내용과 광고 방식의 무제한적 방임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구조개혁에서 찾는 것이 순서인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공영방송의 대표격인 KBS와 MBC의 거대 구조는 원천적으로 88올림픽을 즈음한 급격한 팽창 전략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다 작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전환하는 것만큼 공영방송을 위해 필요한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김학수 (서강대 언론대학원장) 출처 - 문화일보 2005. 8. 5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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