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보도자료

	토지공개념, 다시 도입할 것인가
	2005-07-21
토지공개념, 다시 도입할 것인가 최근 행정자치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토지 소유구조는 상당히 편중되고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한다. 총인구 대비 상위 1% 계층이 사유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든가, 상위 100명이 평균 여의도 면적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는 등 일반 국민에게 상당한 불평등과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통계가 그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의 토지공개념 제도를 다시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통계자료의 제시는 새로운 토지공개념 제도 도입의 전주곡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서는 최근 이러한 논의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과거 토지공개념 논의가 활발했던 1986년 전수조사 당시보다 과연 현재 토지소유의 편중이 심화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86년 당시에는 '토지소유자'의 상위 5%가 전체 민유지의 65.2%를 소유했다는 것인데, 이번의 발표에서는 '총인구 대비' 상위 5%가 전체 사유지의 82.7%를 소유함으로써 소유편중 현상이 17.5%포인트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만일 토지 소유자가 총인구의 절반이라고 하더라도(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지만) 총인구의 5%는 토지 소유자의 적어도 상위 10%를 초과할 것이 분명하므로 위와 같은 자료에 입각한 토지 소유편중 심화 논의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둘째, 사유지의 토지 소유자 중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있을 텐데 개인의 범주에서 기업이 제외된 통계인지가 불분명하다. 특히 97년에 최초로 이루어진 국부조사에서 기업이 전체 자산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기업을 제외한 순수한 개인 상위 5%가 전체 사유지(기업토지가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의 82.7%를 소유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셋째, 상위 5%가 사유지의 82.7%를 차지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이것이 토지 소유의 편중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발표된 계산대로 모든 국민이 1인당 352평씩 사유지를 나누어 가지면 그보다 더 공평한 일은 없을 것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토지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선진자본주의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과연 우리의 소유편중이 심각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다소 오래된 통계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경우 80년 현재, 법인 및 개인을 포함해 총인구의 3%가량이 미 국토 전체의 약 55%, 미국 내 사유지의 95%를 소유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인 토지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영국의 경우 76년 당시 상위 1%의 소유자가 전체 토지(택지 제외)의 52%를 점유하고 있으며 상위 5%의 점유율은 73.7%에 달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토지 소유의 편중현상 자체보다는 소유로 인한 과실이 공평하게 환수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과거의 토지공개념 도입 실패의 교훈을 거울삼아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무리한 소유제한 조치 도입보다는 소유 과실의 공평한 사회적 환수에 비중을 둔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부작용 없이 효과적이며 완전한 환수방법은 존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개발이익 환수의 원조 격인 영국에서조차 정권의 변동에 따라 일관된 환수제도가 실시되지 못했고, 기업 토지 소유를 제한했던 과거 우리의 비업무용 토지제도조차 실시단계에서 엄격한 기준의 적용으로 상당한 부작용을 유발했던 사실을 보더라도 이론과 실제가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정부는 토지 소유를 기준으로 한 계층 간 대립을 조장한 무리한 토지공개념 제도의 도입보다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이익 환수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출처 - 중앙일보 2005. 7. 2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