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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권 남용을 우려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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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8 |
| 사면권 남용을 우려한다 적어도 법치주의가 기본인 나라에서는 절대적인 권리나 권력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어떠한 권력이나 권리도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원리는 법에 내재하는 자연법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사면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당이 650명이나 6500명도 아니고 650만명에 25만명을 더 보태어 675만여명의 광복절 사면을 행사토록 대통령에게 건의한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대통령에게 사면권 남용을 부추기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권력이나 권리의 정당한 행사냐 남용이냐 하는 판단은 그 권력 내지 권리 행사의 목적이나 방법 내지 수단이나 규모 등에 비추어 행한다. 우선 675만여명이라는 규모가 사면권의 남용을 의심케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 규모에 비추어보면 ‘국민 대통합’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 내지 의도가 무엇이냐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인기 만회용’ ‘불법 대선자금 때문에 감옥에 간 구 정치인 구하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통상의 정치과정에서 ‘국민 대통합’은 국민 여론 수렴이나 정책 수립과 같은 국회 등 전국적인 정치의 장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이지, 이러한 대규모의 사면권 행사를 통해 달성하려 할 문제는 아니다. 가령, 독재 시절의 정치범 등 악법으로 수감된 죄수들에 대한 민주화에 따른 사면 같은 경우가 정당화할 만한 사유의 전형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민주주의의 대원리인 삼권분립·법치주의의 원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연혁적으로 따지면 대통령의 사면권은 과거 군주시대에 군주가 “죄는 밉지만 사람이 아깝다”고 하는 경우처럼 덕치(德治)를 베풀고 혹은 선정을 펴려고 은사(恩赦)를 내리던 특권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우선, 대통령의 사면권은 한 정당의 당수나 행정부의 수반으로서의 권한이 아니고 국가 원수로서 가지는 특권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당리·당략이나 행정편의를 위해 행사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 목표나 수단·방법, 규모 등 삼권분립·법치주의의 무력화를 정당화할 만한 나라 전체의 이익이나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사면권 행사의 대상은 따지고 보면 입법부가 국민의 여론이나 법의식을 반영하여 범죄로 규정한 법률에 따라(즉,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죗값을 치를 사람인지를 중립·독립적인 사법부가 판단하여 확정판결이 내려져 지금 교도소에 있거나 그렇게 되도록 돼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억울하다면 그것은 크게는 그것이 범죄라고 생각하는 국민의 법의식이 문제이고, 작게는 그것을 범죄로 규정한 법률을 제정한 국회가 문제이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법의식을 바꾸거나 단기적으로는 국회가 범죄로 규정했던 법률의 폐기 문제가 된다. 그렇지 않고 대규모의 사면권 행사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그것은 삼권분립 및 법치주의를 무력화시킬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고의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다. 그렇게 간단히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국회는 처음부터 엄청난 입법 비용을 들여 입법을 행할 이유가 없으며, 역시 엄청난 비용·기구·인력·장비를 동원하여 경찰·검찰·법원·교도소를 운영하여 범죄 수사·기소·재판·교도소 수감을 행할 이유가 없어진다. 가령 그로 인하여, 국법을 꼬박꼬박 지켜온 대다수 국민의 사기저하·준법정신의 해이를 감안하면 그 피해는 의외로 상당히 크다. 사면권은 이러한 우려나 위험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를 위해서만 행사돼야 한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7. 18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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