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부는 문화콘텐츠 특성화에만 치우친 문화진흥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순수예술이 사장되는 현실에서 정부는 형평성 있는 문화진흥책을 실시해야 한다-

문화관광부는 문화콘텐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문화 콘텐츠 특성화 교육기관에 올해 안으로 20억 원, 오는 2006년까지 총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프로젝트 기반의 장비 구입에 7억 5천 만원, 산·학 협력 프로젝트, 커리큘럼 및 표준교재 개발, 전문교수인력 활용 등의 사업에 2억 5천 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분야별로는 문화 콘텐츠 전문교육 교육기관에 상반기중 7억 5천만원,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캐릭터, 출판만화 기타 문화 콘텐츠 산업 관련 학과에 최고 2억 원 한도로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문화콘텐츠산업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는 교육기관의 산·학·연 협력 프로젝트, 커리큘럼 및 표준교재 개발, 전문 교수인력 활용, 기타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사업에 2억 5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규모는 1개 사업당 5천 만원 내외로 최고 1억 원 한도이다.

1. 이러한 문광부의 문화 콘텐츠 진흥정책은 장기적 관점에 올바른 것인지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IT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정부는 문화 콘텐츠 진흥정책을 장려하고 있으나 세계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국가가 가진 독특한 문화적 장점을 어떻게 발전시켜 표현할 것인가에 그 해답이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 주도의 문화진흥책은 진정한 문화발전의 지향이 아니라 문화상품 판매를 통한 수익 올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속의 한국문화의 발전을 위해 현 정부의 문화진흥책이 과연 올바른 문화 인프라 구축정책인지는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2. 부가가치가 있는 문화생산에만 초점을 맞추어 정부가 각 전문교육기관과 학과에 문화진흥 예산을 집중 투자하는 것은 순수예술의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할 수 있으며, 결국 응용예술, 사이버 문화의 뿌리인 순수예술의 붕괴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초과학이 튼튼하지 않으면 응용과학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듯이 순수예술,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외면한 문화 콘텐츠 개발은 반드시 실패로 돌아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3. 21세기 디지털 문화의 핵심은 소수의 문화독점이 아니라 일반대중이 참여하고 함께 누리는, 문화행위의 주체와 객체의 양적 활성화와 다원화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특정 학과나 교육기관, 특정 사업체에 재정지원을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일반대중문화의 활성화 측면보다는 정부 지원을 받은 특정 문화업계의 독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내실이 없는 문화 콘텐츠로 정부의 지원만 받은 채 중도하차 할 사업체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벤처에 대한 정부의 무분별한 과잉지원으로 각종 벤처비리가 속출하는 현상도 이와 맥을 같이 할 것이다.

4. 요컨대 영상산업과 같은 소위 말하는 돈 되는 분야에만 정부가 집중 투자하는 것은 문화 전체에 있어서 기형적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문화를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 먹으려는 정부와 문화산업계의 상업주의, 시장지상주의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기초 문화를 외면하고 사장시키는 사회전체의 문화의식이다. 기반을 튼튼히 다지지 못한 채 고식지계로써 모래 위에 문화강국이라는 집을 지으려는 정부의 섣부른 문화육성책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움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