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없는 부동산 강공책 | |
2005-06-27 | |
초점없는 부동산 강공책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한마디로 '초점을 잘못 맞춘 일관성 없는 강공책'이 라고 요약할 수 있다. 강공기조는 계속 유지하였으나 초점을 잘못 맞춘 관계로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 는 소기의 목적은 이루지 못했고,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항상 갈지자 행보 를 보였다. 이는 시장에 대한 불신, 정책능력에 대한 맹신, 형식적 평등의 맹목적 추구 등 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나타난 필연적 결과이다. 계속된 강공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분당 등 집값이 급등한 데다 집값 상승이 지 방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염려가 깊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 동안의 부동산 정책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한다고 발표하 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재검토의 결과는 시장에서 예측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판교의 경우 공영개발, 원가공개, 임대주택 공 급증가 등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는 것이 그 예이다. 최근의 집값 상승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을 '정책의 실패가 아닌 시장실패'로 요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은 이미 예상한 바이다. 어느 기업이 자기 딴에는 대박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물건을 만들었는데 시장이 외면해서 쪽박상품이 된 것을 놓고 소비자의 기호가 별스럽다고 불평하 는 것이 우스운 일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더 말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상황 인식이 엉뚱해서 대책도 생뚱맞다는데 있다. 판교를 공영 개발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인가. 개발이익을 더 많이 환수할 수 있고 분양가를 낮출 수 있어 그렇다는 것이다. 지역 간 집값이 서로 영향을 주 고받는 것은 분양가와 같은 관리가격이 아니라 시장가격에 의존하는 것이다. 분양가를 한껏 낮추면 분양받은 사람이 집을 팔 때 양심적으로 분양받은 가격 에 조금만 더 얹어서 팔 것인가, 아니면 주변 시세를 따져 최대한 많이 받으려 할 것인가. 분양가가 얼마든지 분양받은 후에는 주변시세에 따라 수직 상승하게 되어 있다 . 분양가를 규제하면 처음 분양받는 사람만 좋을 뿐 일반 국민이나 건설업자들 은 모두 손해를 볼 뿐이다. 공영개발의 효과는 주택품질 저하, 청약경쟁 과열로 나타날 것인 반면 집값 안 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반면 예상되는 부작용은 아주 많다. 판교와 같은 알짜배기 땅에도 중대형 위주 고급주거단지가 들어서지 못하는 판 에 향후 어디에 강남을 대체할 만한 주거단지가 들어설 수 있을 것인가. 사정 이 이러하니 강남 분당의 중대형 아파트 값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판교를 누르면 누를수록 강남 이나 분당에 중대형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의 얼굴에는 더욱 더 미소가 번질 것 이다. 공영개발을 통해 집없는 서민들에게 염가로 집을 공급하자는 고귀한 의도는 충 분히 이해하지만 이것이 집값 불안이라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방안 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겸사겸사 다른 것을 끼워 넣으려고 시도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서민 주거생활안정이 중요한 정책과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작금의 집값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책은 아니다. 공영개발로 중대형을 공급하는 경우에 임대주택 형태로 해야 한다는 말도 들려 온다. 지금까지 판교의 중대형 아파트를 한번 청약해 보려고 오매불망 기다려온 사람 들은 무엇인가. 국민들과의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고 재산권 정도는 우 습게 볼 수 있다는 것인가. 판교개발계획이 어떻게 변해 왔는가를 보면 일관성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쑥 스러워진다. 원래의 개발의도가 변질된 것이 작금의 판교발 집값 불안이 나타 나게 된 주요인인데 일을 처음보다 더 꼬이게 만들려 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어 떠할 것인지는 명약관화하다. 어떤 크기 주택을 얼마나 공급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지는 시장이 가장 잘 안다 . 시장에 충격을 가할 때 빠져나갈 구멍이 무엇인지는 투기꾼을 포함한 시장참 여자들이 더 잘 안다. 정부가 시장보다 주택시장의 상황을 더 잘 알고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잔재주나 헛발질이 아니라 정 통적이고 유효한 큰 틀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5. 6. 27 테마진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