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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붙잡혀 있는 한·일 수교 4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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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3 |
| '과거'에 붙잡혀 있는 한·일 수교 40년 40년 전 6월 22일은 한·일 국교 정상화 조약이 서명된 날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조약 내용에 일본의 역사 반성이 포함되지 않고 청구권 자금에 대한 명칭과 액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엄청난 반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한 양국 관계가 우리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오늘날 많다. 40년 전과 오늘의 한·일 관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양국 간 상대적 국력의 변화이다. 물론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변화하였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65년에는 10대1 이상의 격차가 있었으나, 2004년에는 2.5대1 정도가 되었다. 국력의 가장 중요 요소인 경제력이 보다 대등하게 된 것을 배경으로 양국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관계에서 대등한 파트너의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도 아시아의 지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우호협력 관계가 불가결하게 되었다. 일본이 열망하던 국제연합(UN)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한국이 앞장서서 반대하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어느 나라의 반대보다 아플 것이다. 가장 가까운 한국으로부터 반대받는 이유를 일본은 세계 다른 국가들에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다 대등한 관계가 주관적으로도 우호관계가 되기 위해서 한·일 간에는 무엇보다 역사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정치가와 정부 기관이 과거의 군국주의와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거나 그렇게 해석되는 행위를 하는 것을 한국은 용납할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도 일본인 전체에게 우리의 역사관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칙과 현실적 한계 속에서 우호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양국 지도자들이 할 일이다. 21세기 동아시아 질서를 공동으로 형성하기 위해서 한·일 간에 논의하여 할 과제는 역사 문제를 비롯하여, 북한 문제와 자유무역협정 체결 같은 경제 문제가 있다.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과제들의 중요성이 균형되게 반영되어야 했다. 양국 정상이 만나는 2시간 회담 중에 역사에 관련한 주제를 1시간50분 논의하고 다른 주제들에 관한 논의가 10분에 불과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균형적이다. 지난 40년간 양국 시민사회가 노력하여 쌓아왔던 한·일관계의 양적, 질적 발전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렇다. 한·일 관계의 발전상 가운데에서 특히 두드러진 것은 상호 커뮤니케이션의 폭과 내용이다. 한류(韓流) 붐의 주인공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뉴스가 일본 매스컴에서 정상회담 내용만큼 신속하고 크게 다루어진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확대는 상호 이해를 넓히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서로 싫어하는 감정도 순식간에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 격렬하게 표현된 반일(反日) 데모는 일본 매스컴에 거의 동시간으로 상세히 보도된다. 일본의 일반 국민에게 증가 추세였던 친한(親韓) 감정이 줄어들고, 반한(反韓) 감정이 늘어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전자(電子)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양국 국민의 감정이 악순환적으로 확대재생산되지 않도록 양국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 외교 행위의 결과가 국가 이익에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냉전시대 자유주의 국가들과 적대 관계를 유지하던 공산주의 국가들의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현재의 포퓰리즘적 요구에 편승하지 않고, 훗날 한국에서 살게 될 국민이 오늘의 지도자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그러한 대일(對日) 외교를 수행하기를 임기 절반을 남긴 대통령에게 기대한다. 김호섭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5. 6. 23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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