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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정책, 안정적 공급이 최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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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0 |
| 주택정책, 안정적 공급이 최우선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한국의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세계 28개 국가 중 18위였다. 또한 전세 가격과 소형주택 매매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주택정책이 실패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이에 대해 정부는 기존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결정은 환영할 만하지만 정책의 개선을 위해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최근 서울 강남, 분당 등 중대형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인과 그 파급 범위에 대한 인식이다. 정부의 진단은 투기가 그 원인이며 이를 차단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집값 안정세가 깨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이들 지역의 국지적인 공급 부족에 있으며 그 파급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지역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최근 들어 급상승한 데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자금을 이용한 투기적 요소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투기는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는 강남 지역의 아파트 공급이 지금도 부족하고 앞으로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세무조사나 보유세 강화를 통해 투기적 수요를 진정시키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제껏 투기단속과 세무조사를 할 만큼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또 보유세 실효세율이 1%를 넘는 미국에서도 공급 규제가 심한 도시들의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따라서 정답은 소득 증가에 따른 양질(良質)의 주택에 대한 시장 수요를 인정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갖춘 신규 택지의 개발과 기존 개발지의 고밀도 재개발뿐이다. 이와 함께 소형 평형 건설 의무비율은 대폭 낮추거나 폐지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판교 신도시를 백지화하거나 전면 공영 임대주택으로 개발하고 고밀도 재건축을 억제한다면 몇 년 후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의무화는 부당하다. 원가 공개로 분양가가 낮아지면 그 혜택은 운 좋은 최초 분양자들에게 돌아갈 뿐이며 장기적으로 집이 덜 지어지거나 품질이 낮아져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해가 될 것이다. 부동산 세제(稅制) 개선은 지금도 외국에 비해 낮지 않은 전체적인 세금 부담을 크게 높이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조세 원칙에 맞지 않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려는 방침은 재고되어야 한다. 실거래가 과세의 시행에 맞춰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등록세 세율을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무현 정부 주택정책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는다면 첫째는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 개입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는 정책 개입으로 오히려 값이 더 오른 것이 그 예다. 잘못된 정책의 피해는 대개 잘 사는 사람보다는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것도 또 다른 교훈이다. ‘1가구 다주택’ 보유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로 소형아파트와 중대형 아파트간의 격차가 벌어진 데다 과표 현실화에 따른 거래세 부담이 증가하여 평수를 늘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시장은 완전하지 않지만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 제대로 해야만 시장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5. 6. 20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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