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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도 의혹풀기' 이제부터가 시작
2005-06-17
'행담도 의혹풀기' 이제부터가 시작 최근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각종 비리의혹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행담도 개발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감사원은 오점록 전 도로공사 사장과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 그리고 금융권 관계자 2명 등 모두 4명에 대해서만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으며, 국민이 가장 주목하고 있던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 위원장, 정태인 전 국민경제 비서관 등에 대해서는 수사요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감사원은 충실하게 조사했고, 공정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조사 결과가 국민을 납득시키기에 부족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 감사원은 성실한 감사 활동을 통해 공직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제거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으며, 그에 상응하여 위상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국민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감사원은 대통령의 직속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행부 내의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강력한 통제력을 가질 수 있으나,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청와대가 포함될 경우에는 많은 어려움을 안게 된다. 실제로 감사원이 청와대에 대한 감사를 할 때마다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인상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으며, 이번 조사 결과에도 감사원의 청와대에 대한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둘째, 정부의 태도가 의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최근 청와대에 의해 발탁된 고위공직자 가운데서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낙마한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런 문제가 제기될 때 청와대는 그런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별로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물론 능력 있는 사람을 약간의 도덕성 문제로 배척할 수 없다는 주장 자체가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특출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사안에서의 도덕성 문제가 과연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의 차이에 있는 것이다. 셋째, 최근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과 관련된 감사원 조사 결과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이번 조사 결과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원으로서는 이와 같은 의혹 서린 시선이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은 감사원이, 정부가 그 원인의 대부분을 제공한 것이다. 이제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현 정부에 들어와 검찰의 독립성이 확고해지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도 우려가 섞여 있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법제도의 개혁이 검찰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위축되고, 그 결과 검찰이 정치권 또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검찰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검찰에 대한 외부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버팀목은 국민의 지지와 신뢰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검찰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검찰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검찰의 활로이기도 한 것이다. 검찰의 활동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확고할 때, 누가 검찰을 함부로 건드릴 수 있을 것인가? 이제 검찰은 사건을 정밀하게 조사·분석하고, 모든 비리 의혹을 확실하게 규명해야 하며, 그 결과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희생양을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최종 결론이 나오게 된 합리적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전제는 모든 문제를 빠뜨리지 않고 재검토하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6. 17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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