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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장치 필요한 노동조합
2005-06-16
견제장치 필요한 노동조합 최근에 일어난 항운노조, 택시노련 그리고 한국노총 위원장 등 핵심 간부들의 비리 사건과 올해 초 3회에 걸친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 무산 사건은 노조 내 부의 민주주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는 노조의 민주적 의사결정, 결정사항 집행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규율 하는 집행부, 대의원, 회계감사 등 견제와 균형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또한 조직화된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 자 등 다수의 미조직 노동자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한국노총과 항운노조, 택시노련 핵심 간부들의 비리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부터 내려오는 소수 핵심 간부들의 독단적 의사결정, 의사결정 과정ㆍ결과의 미공개 와 비밀주의, 권위주의, 책임회피라는 낡은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관 행 속에서 한국노총이 정부에 의존해온 각종 기금, 장학사업, 복지사업, 상담 소 운영, 건물 신축 등에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노조 간부들은 과거 국회의원 선거를 뺨치는 돈 선거, 향응선거를 통해 소수 대의원들의 표를 효과적으로 끌어모음으로써 장기 에 걸쳐 군림할 수 있었다. 항운노조와 택시노련 노조 간부들의 비리는 과거부터 공공연했으나 소수 권위 적 간부들의 노조 권력 독점에 가려져 수십 년을 내려왔다. 검찰 등 수사기관 들이 항운노조와 택시노련의 악취 나는 비리를 몰랐을 리 없으나 눈감아왔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폭력으로 세 차례나 무산된 사건은 일부 분파가 이념적 명분, 노조 집행부 장악, 단기적 실리 극대화를 위해 물리력을 앞세워 노조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가로막아 노조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다. 여기에는 이들 분파 구성원들이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 노조의 민주적 의사결 정을 단순한 민주주의 형식에 불과하다고 보는 오만함이 도사리고 있다. 일부 분파 소속 노조원들이 대의원들의 의사결정 권한을 방해하고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것에 대해 민주노총 지도부가 적절한 방어력을 행사하지 못한 취약성 을 노출했다. 또한 양 노총, 특히 민주노총 소속 대기업 노조들이 조직화된 노동자 이해만을 대변해 자신들의 단기적인 분배적 이익의 극대화만을 추구했을 뿐 비정규직이 나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이해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그리하여 이들 노조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완화하기는커녕 확대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양 노총은 그 동안 주로 정부와 사용자에 대해 법제도 개선과 정책을 통한 비 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작 노동조합들이 스스로 비정규직 의 처우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와 같은 노조 민주주의의 문제점은 우리의 기업별 노조의 구조적 한계, 권위 주의 속에 순치된 노조 관행, 정부와 사용자들의 억압적 대노조 정책 등으로 비롯된 바 크다. 그러나 87년 이래 노동운동은 바로 권위주의적 억압정책, 노조의 비민주성을 바로잡기 위해 18년 이상을 보냈다. 이제 노동계는 더 이상 정부와 사용자, 기 존 제도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노조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우선 한국노총은 최근 발표된 개선방안 외에도 직선제 도입, 노조의 돈선거 규제, 장기 집권 노조 간부들의 인적 청산 을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민주노총 대의원대 회에서 보여준 물리적 폭력을 앞세워 무산시킨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직적 징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직 내부의 규율 없이는 노동조합에서 필 요한 최소한의 질서와 권위도 세울 수 없다. 셋째로 양 노총은 전체 노동자 중 89%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 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들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를 산업별 노조, 일반노조 등 다양 한 조직적 틀로 조직화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과 공공 부문의 정규직과 비정 규직 및 중소기업 노동자들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임ㆍ단협 요구 조정 등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외에도 기업복지, 사회보험, 최저임금, 근로감독 등에서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이해를 우선적으로 반영해 사회적 연대와 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전 략을 새롭게 짜야 할 때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05. 6. 16 테마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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