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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부터
2005-06-02
한·미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부터 한·미 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양국 사이에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 조성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이상기류는 한·미동맹 역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동북아 균형자론’ ‘작계(作計) 5029’ ‘전략적 유연성’ 등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불협화음이 있었다. 정상회담 직전 조성되고 있는 이상기류로 볼 때 이번 회담에서 양국이 신뢰를 회복하고 북핵 문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매우 걱정된다. 이런 이상기류의 책임은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를 국익의 관점에서 균형감 있게 고려하지 못하는 노무현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에 있다. 한국 정부는 평양에서 열리는 ‘6·15 남·북 정상회담 5주년 기념식’에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수백명의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대북(對北) 억지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스텔스 전폭기 15대를 한국에 배치하고, 북한 내에서 진행 중이던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신변 안전을 이유로 전격적으로 중단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적대국 간의 정상회담이라도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서로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 법이다. 하물며 50년 동맹국 간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규모 정부 대표단의 북한 파견과 같은 일이 어떻게 결정될 수 있는지 국민은 납득할 수 없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로 인하여 한·미관계는 양국 사이의 협의와 동의 과정이 중시되고 어느 한편의 일방주의적 정책이 더 이상 통할 수 없게 되었다. 그만큼 회담 분위기를 조성하고 한·미 간 현안들에 대해서 공통의 이해관계에 기초하여 합리적 대안들을 미국에 제시해야 할 한국 정부의 책임은 과거보다 더욱 커졌다. 이번 정상회담 준비 과정을 보면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노무현 정부의 외교는 여전히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킬 수 있는 21세기형 한·미동맹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의 미래는 한국의 국지적 이해관계와 미국의 세계전략적 이해관계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미국은 가용한 모든 전투사단들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계획대로 69만명의 미군 병력을 투입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한·미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전 세계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될 경우 우리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북핵 문제의 실질적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양 정상 간의 현실 인식에 대한 공감대의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북핵 문제는 북한의 의도보다는 북한의 핵 개발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냉엄한 국제정치에서 상대 국가의 의도에 대한 예단(豫斷)은 절대 금물이다. 옆집 아저씨가 앞마당에 핵무기와 대포를 잔뜩 쌓아두고 우리 집을 공격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생각은 자고 나면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것이고 능력을 갖고 있으면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유혹은 늘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일정한 수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경우 북한은 공갈외교를 통하여 한국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려 할 뿐만 아니라 국지전에 대한 끊임없는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북핵의 완전 폐기를 전제로 한 북핵 프로그램의 동결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전략적 결단이 없는 상황에서 ‘회담을 위한 회담’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제 북한 눈치보기에 더 이상 급급해서는 안 된다. 6자회담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하여 유엔 안보리 회부 문제도 당연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의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물샐틈없는 국제 공조체제 구축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회담 분위기 조성뿐만 아니라 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국제정치학) 출처 - 조선일보 2005. 6. 2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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