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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신문과의 전쟁'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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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31 |
| 여전히 '신문과의 전쟁'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신문협회 총회 축사에서 ‘남용’하는 언론 권력은 통제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선언했다. 이론적 논거가 결여된데다 지난 민주주의 역사의 전개 과정과는 거리가 먼 발언이었다. 대통령의 이날 ‘서울 선언’은 세계 언론사에 기록될 만한 것이었다. 서구 유럽의 근대 민주주의는 언론, 구체적으로 신문이 쟁취한 것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래서 펜의 힘은 권력의 힘보다 강하며, 신문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것은 어렸을 때부터 외우던 구절이 아닌가? 대통령의 언론 대립 포커스가 일부 신문을 겨냥하고 있음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신문이 펜을 ‘함부로 쓰면’ 정부가 이를 통제한다는 ‘언론관’을 전세계에, 그것도 언론의 자유를 천부적 권리로 생각하는 외국 언론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당히 밝혔다. 외국에서 온 수많은 기자와 신문발행인들은 내심 경악했을 것이다. 언론을 ‘권력 남용’이라는 죄목으로 통제하는 경우는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흔히 독재 국가에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쓰는 수법이다. 한국이 독재국가인가? 이는 꼬투리를 잡아서 길들이는 전형적 언론 탄압 기법이다. 우리나라에서 권력 남용이라고 하면 정치 권력의 남용이 우선이다. 다음이 노조 권력의 남용이다. 대통령은 악취가 점점 진동하는 게이트와 스캔들로 얼룩져 가는 현 집권 세력의 권력 남용을 먼저 다스려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국민 정서이다. 대통령은 ‘언론 독과점의 폐해’를 예측하지 못한 서구 근대사의 허점을 ‘강의’했다. “특정 지배 집단의 가치, 이해관계에 치우친 언론이 시장을 지배하면 사회적 약자의 이익은 설 땅을 잃게 된다”는 말은, 차라리 참석자들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으면 싶었다. 통역사가 오역이라도 했어야 할 대목이었다. 그 자리에 모인 외국 언론인들이 자신들도 ‘지배 집단’의 이익을 위한 언론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글로벌 자유경제 시대에 계급투쟁론은 조화되지 않는 이론이다. 일부 래디컬(과격) 대학생이나 시민단체의 시국 선언문이 아니면. 종이 ‘신문의 위기’ 는 엄살이고, 신문은 여전히 막강한 권력이라고 규정한 대통령의 말은,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뛰는 외국의 신문 종사자들에게 하는 말 치고는 심하지 않은가? 생존하기 위한 다양한 신문 경영 전략을 소개하고 서로 배우러 온 지구촌 언론인들을 당혹하게 한 게 아닌가? 우리는 예로부터 손님에 대한 환대와 예우를 각별하게 여겼다. 길손에게 물을 떠 주고 음식을 권하는 것이 우리의 인심이었다. 대통령은 국가의 어른으로서 우리나라에 온 세계 언론인들의 모임을 축하해주는, 따듯한 말 한마디 하는 것만으로 족하다. 손님을 불편하게 하고, 분위기를 썰렁하게 하는 말을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격에 맞지 않다. 거기에다, 회의장 로비에서는 언노련·민언련·언개련이 조중동은 한국 신문에 해악적 존재이며, 이번 세계신문대회를 주관한 한국신문협회는 해체돼야 한다는 내용의 전단을 뿌렸다. ‘집안 이야기’를 그렇게까지 하는 것을 보고 같은 한국인으로서 참담한 느낌이었다. 개빈 오라일리 세계신문협회 회장 직무대행의 이날 대회사를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열린 마음으로 새겨듣기 바란다. “최근 입법된 (한국의) 신문법은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고 있다. … 독자가 신문을 선택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일반적 관례가 아니며, 신문의 편집인과 발행인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이다.” 이관열 (강원대 언론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5. 5. 31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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