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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제 성공하려면
2005-05-30
교원평가제 성공하려면 세상에 평가받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대학에 강의평가제를 도입하고자 했을 때에도 어찌 제자가 스승을 평가하느냐며 많은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했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오랜 기간을 거쳐 서서히 제도 정착을 시도했기 때문에 지금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학의 상황과 다르기는 하지만 초·중등학교에도 교사의 수업평가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사회 전반이 동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마련된 정부 안에 대해 교직단체는 근무성적평정제도를 고치지 않고서 새로운 평가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교원평가제도 도입이 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위한 신호탄이며, 공교육 부실의 책임을 교사에게 지우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학부모단체를 포함한 교육시민단체는 부적격 교사 문제와 연결짓지도 않고, 자료만 모아서 제공하는 평가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며 보다 강력한 제도 도입을 원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의 비판도 일리는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동료교사, 학교장, 학부모, 학생 등을 통해 수집한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1인 혹은 몇명의 평가자가 교사에 대해 최종판단을 하는 것이 교원평가인데 이번에 제안된 교원평가안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다소 느슨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시범 적용하고자 하는 안은 교사의 교육활동 중에서 우선 수업부분에 국한하여 단순히 자료를 수집한 후 교사 스스로가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도록 이를 해당 교사에게만 제공하는 제도이다. 제시된 안은 시범학교에서 특성에 맞게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한 후 각급학교에 제공되고, 각급학교는 교원평가위원회를 두어 학교 상황에 적합한 방식으로 교원평가제도를 보완·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우리 사회가 새로운 교원평가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면 이 제도가 도입되고 그 뿌리를 내려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정부는 너무 서둘지 말고 시범적용 기간을 늘리며, 교원평가제도 도입에 필요한 추가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교원평가 도입과 함께 교사 근무 부담의 적정화 및 교육여건 개선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교사들이 학생교육에 보다 전념할 수 있도록 각종 잡무에 빼앗기는 시간을 최소화시키지 않는 한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어렵다. 또한 시민단체가 주장하듯이 시범적용 기간에도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하여 보완작업을 병행해 갈 필요가 있다. 둘째, 교직단체는 사회 거의 모든 분야 종사자들이 자기 업무활동에 대해 지속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일부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시범적용 자체를 막아서는 안된다. 그 대신 시범적용 과정 중에 구체적인 평가기준 등에 대해 타당한 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한 정부의 시도를 받아들이는 대신 근평제 보완, 추가예산 확보 등 정부가 반대급부로 주었으면 하는 것을 명확히 밝혀 협상하는 것이 사회의 변화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길이다. 셋째, 학부모단체를 포함한 시민단체는 새로 도입되는 교원평가를 통해 부적격 교사 문제를 포함한 제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는 투자 수준에 부합한 공교육 수준을 기대해야 한다. 교사 1인당 학생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교사들의 학생교육 전념 여건을 지금처럼 열악하게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러한 상황에 적합한 성과를 기대해야 한다. 만일 보다 더 나은 공교육을 기대한다면 최근 추진되고 있는 부동산세 인상분을 학교교육에 파격적으로 투자하는 등의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교사들에게 새로운 부담을 증가시키고자 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유인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순리이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인식과 노력이 병행될 때 선생님들이 신바람 나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교육행정학) 출처 - 한국일보 2005. 5. 30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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