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원리 위협하는 신문법 | |
2005-05-17 | |
시장원리 위협하는 신문법 정부가 시장을 대신할 수 있는가. 한국 경제뿐 아니라 한국 신문에도 던져진 최대 화두(話頭)다. 현 정부의 신문에 대한 간섭과 통제가 지극히 위험한 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이 다. 정부로부터의 자유와 독립은 언론이 생존할 수 있는 이유이며 목적이다. 정부가 시장을 지배하려는 한국에서, 신문 산업의 위기는 참으로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은 신문 산업의 시장 기능을 정부가 장악, 관리하겠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지난 10일 발표된 시 행령은 그 의도를 모법보다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신문법의 가장 심각한 독소조항 중 하나는 시장점유율 규제다. 1개 신문이 전 체 시장의 30%, 3개 신문이 60%를 차지하면 그 신문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로 추정된다. 공정거래위에서 제재를 받게 된다. 신문 산업의 시장 조절 기능 을 정부가 제한하는 것이다. 언론기관에 대한 통제를 넘어서 언론에 관한 국민의 자유 선택마저 통제하겠다 는 반민주적 발상이다. 시행령은 한술 더 떠 신문 기업의 영업권까지 훼손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어 떤 신문이든 연간 평균 광고 지면이 50%를 넘을 경우 정부가 주는 신문발전기 금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 광고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접 개입이다. 원래 모법에는 여론의 반대로 삭제하 기로 한 조항이었다. 정부가 이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섭과 규제를 위해 꼭 필 요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기업은 독자가 많은 신문에, 그래서 광고 효과가 높은 신문에 광고하기를 원한다. 시장원리다. 정부는 신문들이 기사에 비해 너무 많은 광고를 싣는 것 이 신문의 질이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걱정하는 것 같다. 몇몇 신문에 광고가 몰릴 경우 다른 신문들이 재정난에 빠질 것을 걱정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부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법을 만들어 간섭하고 규제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신문들이 자유롭게, 자율적으로 광고 양을 정해야 정 상이다. 시장이 광고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신문은 퇴출되는 것이 자연 스럽다. 재정 독립은 신문의 자율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독립 이후 신문들은 모두 정부와 정당의 이익과 견해를 그대로 대변하는 '당파적 언론'이 었다. 정부와 정당이 신문이 생존할 수 있도록 인쇄물 계약 등을 통해 돈줄을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언론 역사는 이 당파적 언론이 존재했던 시 절을 '암흑기'로 부른다. 진정한 언론자유 확보는 그러한 돈줄의 사슬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산업 발달과 광고시장 형성은 신문들이 당파적 언론을 탈피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정 부가 신문의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지원하는 상황에서 언론은 정부의 앞잡이가 될 위험이 매우 높다. 미국 신문은 뼈저린 역사적 경험 때문에, 정부의 어떤 인위적 간섭과 통제도 단호히 배격한다. 미국의 헌법과 법원도 철저하게 정부 간섭과 규제로부터 신 문을 보호한다. 물론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의견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신문에 정 부가 보조금을 준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 결정에 어떤 정치적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지 않는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신문이라고 해서 정부 감시와 비판에 소 홀하지 않다. 정부도 지원을 통해 신문을 조종, 통제하려는 시도를 결코 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독자가 많은 시장지배적 신문이나 광고가 많은 신문에 돈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 반시장적 발상으로 만든 기준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 는 것이다. 결국 신문발전기금이 정부에 적대적 언론을 견제하면서, 정부에 호 의적 언론을 육성하는 정략의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 간섭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신문법은 신문이 '민족문화 창달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언론중재법 시행령은 '언론사가…(중략) 공표하고자 하는 경우 는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까지 가르치고 있다. 신문의 기능 과 역할을 옥죄는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정부가 신문시장의 지배자일 뿐 아니라 언론의 영도자이며, 관리자이며, 교사 임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 만능주의의 오만과 횡포에 야당은 물론 언론도 넋을 놓고 있다시피 하다. 언론 자유는 정치와 문화 발전의 근간이다.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다. 우리 사 회는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그 자유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학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5. 5. 17 테마진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