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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당국 '창고지기' 벗어나야
	2005-05-16
예산당국 '창고지기' 벗어나야 예산 당국은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를 통해 국가 재정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제도는 그 동안 지적돼 왔 던 재정정책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운용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 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앞으로 수년 간의 수입, 지출, 수지, 부채 등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분야별 재원배분계획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사후적으로 재정계획이 제대로 실현되었는지에 대해 정부는 국민에게서 평가받고 예산운영 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는 예산 당국이 주요 사업별 총액을 일선 부처에 제시하 고, 일선 부처는 주어진 총액 범위에서 세부 사업에 대해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지출총량에 대한 통제는 강화되면서 지출효율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비현실적으로 무리하게 많은 예산을 예산 당국에 요구하는 관행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 개혁은 아직 도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개선될 여지가 많다. 무엇보다 중기 재정관리 목표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무엇을 기준으로 재 정운용 결과를 평가해야 하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예를 들어 국가재정운용계획 에 제시된 연도별 재정수지를 정확히 그대로 달성해야 하는지, 아니면 경기변 동에 따라 일정 범위에서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지 명확한 비전 제 시가 부족하다. 또 연도별 지출총액이 어느 정도 강제성을 갖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분야별, 주요 사업별 지출은 계획에서 벗어나더라도 전체 지출총액은 계획을 벗어나지 않도록 함으로써 재정계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재정지출의 추세적 증가를 차단하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또 재정지 출이 경기동행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막고 재정의 자동안정화 기능을 살리기 위 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재정 위험요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도 보다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초 예상보다 거시경제 여건이 악화될 경우 재정수지나 국가 부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 시나리오 분석이 필요하다. 또 공적자금, 신용보증, 공기 업 부채 등의 우발 채무가 초래할 수 있는 재정부담에 대해 설명이 있어야 한 다. 그리고 인구 고령화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장기재정 전망도 병행돼야 한다. 예산 편성을 둘러싼 관행 개선은 제도 도입 못지않게 중요하다 . 무엇보다도 일선 부처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만큼 일선 부처 내에서 합리적으 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작성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또 일선 부처 의 내부 감사와 평가체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예산 당국도 돈주머니 를 지키는 창고지기 역할에서 벗어나 정부 정책을 선도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날로 격화되는 국가간 경쟁에 대비해야 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경 제구조를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갈수록 증가 하는 복지 수요도 충족시켜야 한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정책 우선순위를 재설정하고 이에 적합한 정책수단을 선택하기 위한 창구다.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강화 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연도별 세입 내 세출' 원칙을 중시해 왔다. 이는 재정건전성 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자칫 재정이 경기동행적으로 운용될 가능성 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중장기적인 세입 내 세출의 원칙을 택함으로써 단 기적으로는 재정수지가 경기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역 할도 수행해야 한다. 과거에는 중기적인 가용 재원 규모를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때그때 예산 사정에 따라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지 못한 때가 많았 다. 특히 60년도 개발연대 이후 우리나라 재정관리는 주로 단년도를 중심으로 편성, 운용돼 왔던 게 사실이다.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도 정부 각 부처의 자율 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운영상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같은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추진되면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총액배분자율편성 제도가 효율적으로 정착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재정관리뿐 아니라 전반적인 국 가운영을 선진화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05. 5. 16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