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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보 공개, 무엇이 두려운가?
2005-05-12
교육정보 공개, 무엇이 두려운가? 미국 버클리 대학의 조지 애컬로프 교수는 소위 정보의 불균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2001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1970년에 쓴 기념비적인 논문 ‘레몬시장’에서 정보의 불균형이 시장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레몬’은 소비자에게 정보가 차단된 상품을 대표한다. 그는 이 논문에서 레몬시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중고차 시장을 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는 사람은 차의 상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파는 사람은 자신의 차가 어떤지에 대해 잘 안다. 즉 거래쌍방 간에 커다란 정보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중고차 구입자는 항상 불안감을 느낀다. 정보 불균형은 좋은 차를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든다. 사는 사람이 가격을 후려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역선택(逆選擇)’이라고 부른다. 자연히 시장거래는 줄고, 알름알름으로 사고파는 일종의 암거래가 성행한다. 구매자와 판매자는 자동차 품질과 자동차 수요자에 대한 개별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 결국 국민들의 후생이 감소한다. 우리의 초·중등 교육계에서도 ‘레몬시장’에서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독점하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신과 자녀들의 학업성취도가 어느 정도인지, 자기 학교의 상대적인 위상이 어떠한지, 선생님의 수준은 만족스러운지 등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 상황에 대한 무지는 어느덧 두려움으로, 곧 심리적 공황 상태로까지 발전한다. 우리 사회가 과외의 광풍(狂風)에 빠져드는 것도 이런 레몬시장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교육공급자인 정부가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육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시행되는 수학능력시험과 학업성취도평가 등 지극히 기초적인 자료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일부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도 제대로 발표되지 못한다. 정부는 왜 지극히 기초적인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일까? 교육정보가 국가 안위(安危)에 관련된 비밀정보라도 되는 것일까? 교육당국이 이처럼 완강하게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이유는 한 가지밖에 추측되지 않는다. 혹시 정보공개로 인하여 평준화 정책의 실패가 과학적으로 검증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동안 수없이 많은 교육부장관과 교육부총리가 바뀌면서 마련된 소위 교육개혁 프로그램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단언컨대, 앞으로도 수많은 새로운 교육실험이 행해질 것이지만, 실패는 예정되어 있다. 그동안 교육당국이 내놓은 정책에 대해 그 결과는 항상 예상된 효과와 정반대로 나타나지 않았는가. 어떤 정책이건 국민의 믿음이 담보되지 않는 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책이 신뢰받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평준화 정책이 과연 아이들의 학력 평준화를 가져왔는지, 하향 평준화 논쟁과 관련하여 과연 정부의 주장이 옳은지 아니면 민간전문가들의 주장이 옳은지, 학교 간 학력격차는 없는지, 있다면 그 격차가 얼마나 큰지 등 뜨거운 국민적 관심사와 관련해서 한시바삐 정보 갈증이 해소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정부가 하고 있는 일과 그 과정 및 결과에 대해 아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과거에는 베일에 가려져 왔던 많은 정부 관련 정보들이 최근 급속히 공개되는 추세다. 알다시피 우리 국민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교육 관련 정보는 더더욱 폭넓은 공개가 시급하다. 조전혁 (인천대 경제학 교수·자유주의교육개혁연대 추진위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5. 5. 12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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