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안 정책경쟁 유도해야 | |
2005-05-03 | |
정치개혁안 정책경쟁 유도해야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보다 유리한 결과를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못 한 결과를 맞게 되는 상황을 잘 설명하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 mma)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각자는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만 집단적 으로 내려지는 결과는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그 동안 우리 정치에서도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생겨난 사례가 종종 있 었다.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제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애썼지만 결과적으로는 정 치권이 모두 비난받고 불신받는 상황을 맞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해결하는 한 방안은 구속력을 갖는 제3자가 개입 해 최선의 결과에 도달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며칠 전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확정ㆍ발표한 정치개혁협의회는 바로 정치권이 자기 이익 추구에 매몰돼 스스 로 풀지 못하는 공정한 정치적 경쟁의 규칙 제정에 개입해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하도록 하는 제3자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제안한 정개협의 개정안은 전반적으로 매우 전향적이다. 선거 연령을 1 8세로 낮추도록 제안했고, 선거구간 인구 편차도 현행 3대1에서 2.5대1로 조정 하도록 했으며 기탁금 반환 요건도 완화했다. 이 모두 정치권에서는 난색을 표 시했던 것이지만 학계나 시민단체 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왔던 것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여권에서 주장해 온 소위 중ㆍ대선거구제를 받아들이지 않 고 현행 선거제도를 기초로 비례대표 의원 수를 지금보다 크게 늘리도록 제안 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런데 정개협에서 제안한 내용 가운데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선거운동 방 식에 대한 규제를 풀자고 한 것이다. 실제로 현행 선거법은 지나치게 규제중심적이어서 후보자는 물론이고 현역 국 회의원들조차 자기 지역구 행사에 가는 경우에도 자기가 하는 일이 혹시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 선관위에 일일이 물어봐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유권자 입장에서도 지난 17대 총선에서 경험한 대로 지나친 규제로 후보 자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할 만큼 접촉이나 정보 제공이 차단되고 있다. 이번에 정개협이 제안한 대로 선거운동 방식은 과감히 풀고 대신 선거자금의 수입ㆍ지출에 대한 규제를 보다 엄격히 하는 방식이 선진화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개협에서는 이를 위해 선관위에 계좌추 적권을 부여하자는 안도 함께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자금 모금의 어려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 번 정개협 안을 보면 지난 17대 총선 직전 강화된 정치자금 규제 기조를 그대 로 유지하기로 한 것 같다. 정치자금과 관련한 정개협 제안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 금 지급에 매칭펀드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국고보조금은 정치권에 대한 일종의 공적자금 투입이다. 과거 부실 기업을 회생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 전제로 내걸었던 것이 해당 기업의 '자구 노력'이었다. 그 동안 우리 정당들은 소액 당비나 후원금을 모금하려는 노력 없이도 손쉽게 법 개정을 통해 국고보조금이라는 '뭉칫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정당이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면서도 자구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각 당이 모금한 소액 당비나 후원금 규모에 연계해 국고를 보조하도록 한 매칭펀드 방식이 도입된다면 이제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더욱 유권자 눈치 를 봐야 하며 참여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경주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정개협의 제안을 두고 덜 개혁적이라든지 혹은 너무 개혁적이라든지 사람 마다 그 평가는 각기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으로 볼 만한 내용이 많다. 이제 남아 있는 문제는 과연 정치인들이 정개협의 제안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 가 하는 점이다. 이번 제안 중에는 정치권에서 부담스러워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처럼 제 이익만 추구하다가 전체적으로는 오히 려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특히 올해는 전국 규모의 선거가 없기 때문에 각 정당이 눈앞의 정치적 이해관 계에서 보다 자유롭게 정치개혁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정치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가 이제 시험대에 올 랐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5. 5. 3 테마진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