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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혹'을 보는 국민의 눈
2005-04-27
'유전의혹'을 보는 국민의 눈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의 특검을 가져왔던 김대중 정부의 한국조폐공사 노동조합 파업 유도와 전 검찰총장 부인 옷로비 의혹 사건의 본질은 무엇이었던가. 그때 그런 제도로 의혹을 차단하지 않았더라면, 이후 우리의 권력 행태는 권력의 제도화에 기초한 권력분립주의를 무시하는 비입헌주의적 정체로 쉽게 빠졌을 것이다. 이후 권력은 급속하게 투명성과 제도성을 갖추기 시작했고, 노무현 정권의 집권은 이러한 권력적 상황에 도움 받은 바 크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 정부 역시 이미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이광재·양길승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를 한 차례 받지 않았던가. 그 이후 도덕성과 투명성을 재정립한 노무현 정권이기에 탄핵 정국을 이기고 제17대 총선에서 의회 권력까지 장악하여 한국 사회의 새로운 주류로 접어들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 이와 유사한 시험에 들어 있다. 유전게이트라 일컬어지는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투자 의혹과 관련,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철도공사 압수수색에 이어 관련자 소환이 시작된 초기에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 4당이 발의한 특별검사법 수용 검토를 지시했던 것은 4월 재·보선을 겨냥하면서 검찰 수사의 김을 빼려는 정치적 의도를 지닌 것으로도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권력의 인격화는 마냥 싫어한다는 국민의 마음을 적어도 대통령은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청와대는 국정상황실의 ‘유전사업’ 보고 누락 논란과 관련해 “책임자 징계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무책임한 의혹 제기와 구시대적인 정치 행태를 중단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정리했다는 소식이다. 비록 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내린 “김우식 비서실장은 국정상황실의 (지난해 11월) 업무 처리 과정은 업무의 성격에 부합되는 정상적인 것이었다는 결론”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업무 처리와 지금 문제되는 그러한 상황이 국가 통치제도에 미치는 국민적 평가는 다른 것이다. 당장 김 실장은 “다만 민정수석실이 이 사안을 관리했던 지난 3월 이후에는 과거의 조사 사실을 공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천호선 국정상황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안은 아니었다 해도 민정수석실에는 알려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제 정부 형태가 권력을 제도화하지 못하고 인격화될 때 나타나는 대통령주의제, 즉 비입헌주의적 정부로 빠질 수 있는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유전게이트의 핵심 인물이 부동산개발업자라는 보도, 그 핵심 관련자 중 일부가 참여했던 ‘두목회’라는 사적 모임, 이들과의 관련성이 문제 되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 정부 부처 공무원에 대한 이들의 개인적 도움 등을 신문지상에서 접할 때면, 지금이라도 이를 대통령에게 정직하게 보고하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대통령의 권력을 인격화하는 시대역행적 모순에 빠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현직 국정상황실장의 사적 관계가 어떻고, 누가 어느 캠프에 있었느니 하는 말들이 결국 노무현 정부의 권력이 아직도 제도화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에, 즉 권력 인격화의 중심에 국정상황실이 있다면, 또는 다른 그 무엇이 있다면 이는 시정해야 한다. 아무리 당사자는 결백을 주장한다 해도 국민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면, 유전게이트로 일컬어질 만큼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이 의혹을 이제는 청와대가 중심이 되어 스스로 털어내고 가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정치는 인치(人治)에서 나오는 지배의 불투명성에서 벗어나 국민의 자유 보장을 실질적으로 실현케 하는 등 권력의 규범적 양태가 한 차원 높아질 것이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헌법학) 출처 - 세계일보 2005. 4. 27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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