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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문제, '사회적 타협'이 해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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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8 |
| 비정규직문제, '사회적 타협'이 해법 비정규직 문제는 이제 최대의 노동문제로 부각되었다.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임금·근로조건상의 차별을 겪을 뿐 아니라, 기업이 제공하는 크고 작은 복지혜택, 그리고 국가에서 제공하는 4대 사회보험에서도 흔히 소외되고 있다. 또한 엄연히 존재하는 체불임금이나 최저임금에 대한 법적 보호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들이 직장 밖의 실생활에서 겪는 사회적 차별은 또 다른 비애(悲哀)이다. 올해 노사관계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는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비정규직 관련 2개 법의 4월 임시국회 처리 여부를 놓고 정부·여당과 노사단체가 날선 대립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법안의 수정이 아니라 폐기를 걸고 4월 1일 정치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만약 법안이 처리된다면 대의원 폭력사태를 무릅쓰고 지도부 직권으로 결정했던 노사정대화 참여방침도 철회한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한국노총은 법안수정을 전제로 4월 처리에 동의하지만 동시에 양 노총의 공조도 다짐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4월 처리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런데 비정규직 관련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노정 간의 긴박한 논의가 여론의 폭넓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조직노동자들만의 정치적 공방으로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법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비정규직의 노동현실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칙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법집행의 사각지대, 사회보장과 노동조합의 보호 밖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매년 고액의 임금인상이나 성과상여금을 요구할 노조도 없고, 설사 요구한다 해도 이를 감당할 만한 기업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인건비는 흔히 원청기업이 책정해주는 하도급 단가에 의해 이미 확정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열악한 임금 복지 실태는 중소 영세 하도급기업의 곤궁한 경영상태를 반영할 뿐이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사정대화가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도외시한 채 계속 법에 한정하여 진행된다면, 정부와 노사단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책임지지 않은 채 법개정 논란 뒤로 숨는 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주부터 본격화될 노사정대표자회의나 국회 차원의 논의에서는 법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노사단체가 지금도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을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다. 우선 노동계는 고임 정규직의 임금안정화와 사내 배치전환의 유연화에 대한 방안을, 그리고 재계는 원·하도급 기업 간의 거래관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과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남용을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 정부 또한 근로기준과 사회복지행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오늘날의 비정규직 문제는 경제 양극화와 노동시장 양극화, 그리고 왜곡된 노사관계구조가 응축된 시대적 과제이다. 따라서 노사 어느 한쪽의 양보와 결단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야말로 폭넓은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각 경제주체의 자발적인 결단이 있어야 한다. 4월의 법처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해법의 올바른 가닥을 잡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타협에 도움이 된다면 국회 주도의 대화테이블에 비정규직 이해관계자나 NGO들도 제한적인 범위에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아일랜드와 네덜란드가 경제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그 시대의 최대 난제를 ‘사회적 타협’을 통해 해결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바로 사회적 타협이 필요한 시대적 과제이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5. 3. 28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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