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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에 눈감지 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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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7 |
| 북한 인권에 눈감지 말라 국제 인권감시 보호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지난 13일 연례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일상적으로 그리고 터무니없이 거의 모든 국제 인권기준을 위반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문제를 심각히 우려했다. 물론 HRW는 이날 세계 60개국의 인권상황을 모두 언급했으며 최악의 인권 침해 사건 중 하나로 미군의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포로 학대 건을 들기도 했다. 인권은 전 세계 자유진영과 진보주의자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잣대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는 남북분단의 특수성으로 인해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진보적인 것으로, 북한의 반인권적 정책을 공격하는 것은 주로 보수적인 행동으로 규정하며 두 개를 대립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반도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해도 이것은 아주 잘못된 이분법이다. 보수.진보를 떠나 남북한과 동북아 전체에 재앙이 될 수도 있는 북한체제의 급격한 몰락을 방지하고 북한사회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지원과 협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보수.진보를 떠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포기하지 말고 함께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정치적 성과를 위한 편협한 남북공조라는 비난을 벗기가 어렵다. 이는 인권문제가 이미 국제정치에서 민족공조의 문제를 떠나 인류 보편적 가치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이 국제사회의 주요한 관심사가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특히 냉전종식 후엔 인권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 국경을 초월해 다뤄지고 있다. 물론 국경 내의 인권 위반으로부터 개인이나 단체들을 국제적으로 보호하려는 시도는 전통적인 국가주권 개념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하지만 코소보나 이라크.소말리아 등등에서 보듯 내정 불간섭의 원칙은 이제 점점 그 논리를 잃어 가고 있다. 이런 새로운 국제규범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HRW와 같은 비정부기구(NGO)들의 역할이 컸다. 유엔의 인권활동 또한 상당부분 NGO의 도움을 받아 이뤄졌다. 이 때문에 HRW의 발표는 매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전문적 NGO의 역할이 중요함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세계화의 가속과 통신.정보혁명으로 인해 국제사회는 이제 상당한 부분에서 더 이상 주권국가들과 그들의 대표들만이 참석하는 모임이나 정부주도의 국제기구에 의해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많은 이슈영역에서 NGO들이 그 주체로 부각되고 있고 국가 및 정부조직들과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국제질서를 형성해 가고 있다. 21세기 선진민주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이 국제정치의 새로운 핵심적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한 등 국제인권 문제에 있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대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한때 인권탄압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바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인권탄압의 역사를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룩해냈다. 이 때문에 한국이 경제력에 비해 아직은 후진적인 동북아시아와 국제사회의 화해와 인권의 진전을 이룩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중국은 국제적 기준에서 여전히 인권 후진국이며 일본 또한 과거의 반성을 거부하는 가식적 인권 선진국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북한인권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동북아지역 전체의 보편적 인권 이슈의 하나로 인정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은 경제나 정치적 협력만으론 이룩될 수 없으며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의 신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역할은 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이 맡아야 한다. 서창록 (고려대 교수·국제정치) 출처 - 중앙일보 2005. 1. 17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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