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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세계문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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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4 |
| 한류를 세계문화로 며칠 전 ‘배용준(욘사마)의 경제효과’가 한일 양국에 걸쳐 3조원에 달한다는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보도됐다. 한국은 1조원 정도고, 일본은 2조원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지난 19일에는 일본 NHK가 한류 특집으로 8시간 생방송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한국, 통째로 알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 한국인들의 연애 방식, 한국음식, 그리고 춘천 명동과 남이섬 등이 속속들이 소개됐다. 대만 유력 격주간지인 ‘천하’도 지난 15일 ‘한국, 꿈이 있어 부상하는 나라’라는 타이틀로 특집기사를 실었다. 한민족이 강인함과 분방함, 그리고 창의력으로 무장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진단이 들어 있었다. 서방에서도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AP통신이 지난달 일본 내 한류 열풍을 자세히 소개하며 한국 남자와 결혼하기 원하는 여성을 인터뷰한데 이어, 영국의 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그리고 미국의 USA투데이도 한류 열풍과 그 확산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한류 열풍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나온다. 어떤 이는 한류를 반짝 유행에 그쳤던 ‘홍콩 누아르 영화’에 빗대기도 하고, 몇몇 히트작과 스타에 의존하는 한류를 우리 문화콘텐츠 전반의 경쟁력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한류가 지속되고 있고, 그 내용과 강도 또한 더욱 확대·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필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한류의 ‘이벤트성’과 ‘일방향성’이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고, 그로 인해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류의 움직임에 대해 이웃 나라들 사이에서 경계하는 움직임이 차츰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문화협력포럼에서 중국 문화부장이 우리 문화관광부 차관에게 “중국에 급속히 확산되는 한류처럼 한국에도 중펑(中風)이 불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직접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일본에서도 배용준의 방문시 인파가 몰려 발생한 안전사고를 계기로 일본 내 한류 열풍에 대해 냉소적인 논평을 내놓는 매체가 늘고 있다. 우리 민족 역사상 우리 문화가 이웃 나라와 민족들에게 이처럼 전폭적으로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언론과 매체가 이 현상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콘텐츠를 통해 이뤄지는 한류는 ‘통상 교역’이면서 동시에 ‘문화 교류’다. 보다 차분한 시각으로 한류를 어떤 형태와 지위로 지속시킬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와 전략 수립이 뒷받침돼야 할 시점이다. 현재 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아시아권의 의지는 매우 뜨겁다. 세계 2위의 문화콘텐츠 강국인 일본은 2002년 고이즈미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지적재산전략본부’를 내각 직속으로 설치했고, 올 5월에 ‘콘텐츠사업진흥법’을 통과시켜 정부지원의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중국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아시아 문화산업의 중심국가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세워놓고 있으며, 대만 또한 2002년부터 ‘양조쌍성(兩兆雙星:조 단위의 산업 2개, 스타산업 2개) 산업 육성’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콘텐츠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각 나라가 자국 문화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한류가 지금처럼 일방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한류는 현지 문화콘텐츠와의 ‘경쟁’보다는 ‘교류와 협력’의 전략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공동의 파이를 키우고, 아울러 ‘아시아 문화콘텐츠’의 브랜드로 세계시장 개척에 함께 노력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한류 지속화의 관건은 지금의 유행을 단순히 시간적으로 연장하는 데 있기보다는 한류를 ‘세계문화의 하나’로 당당하게 안착시키는 데 있다. 한류가 우리나라 문화의 대표 브랜드로 세계 속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출처 - 세계일보 2004. 12. 24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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