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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긴박해진 北核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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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4 |
| 훨씬 긴박해진 北核문제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본 2004년 미국 대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귀결됐다. 이는 오늘날 미국에서 테러전이라는 ‘전쟁의 공포’가 ‘실업의 공포’라는 경제문제를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경제문제를 포함한 국내정책에서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아왔지만, 대(對)테러 전쟁에서 케리보다 높은 평점을 받은 것이 승리의 결정적인 동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우방과 세계로부터의 존경보다는 테러로부터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안보국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9·11 이후 미국 외교를 이끌어 온 부시 독트린이 미국민의 승인을 받게 됨에 따라서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는 앞으로 4년간 싫든 좋든 부시 독트린과 함께 살아가야만 하게 되었다. 따라서 북핵문제라는 사활적 이슈가 걸려 있는 우리로서는 부시 행정부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북핵문제가 이번 선거 이후에도 여전히 한미관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북핵문제는 미국사회에서 그 이전보다 훨씬 긴박한 안보 문제로 부상했다.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이른바 ‘구조적 안정론’의 느긋함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케리 후보는 부시 대통령의 안보정책을 비판하면서 북핵문제의 악화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을 중심으로 적극 방어하였다. 90분간 치러진 1차 TV 토론에서 두 후보가 30여 차례나 언급할 만큼 미국의 안보정책 논의 속에서 북핵문제의 위치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이제 북핵문제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씨름해야 할 최우선 정책과제의 하나로 부상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종결은 지난 몇달간의 여유로운 휴가가 끝난 것을 뜻하며, 새해가 되면 숨가쁜 힘겨루기의 계절이 시작될 것이다. 대결과 협상이 진행되면서 점차적으로 북핵문제를 둘러싼 긴장 수위가 높아져가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단기적으로 부시 행정부가 6자 회담에 힘을 쏟겠지만, ‘핵무기 확산의 저지’라는 미국의 근본목표와 ‘핵 억지력의 확보’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포기’라는 북한의 근본목표가 6자 회담의 틀 속에서 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기적으로는 부시 행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함과 더불어 그동안 취해온 언어상의 강경책에서 벗어나 점차 행동을 통해 압박의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북핵문제의 UN 안보리 회부, 경제제재, PSI(확산방지 구상)를 통한 압박 등의 메뉴가 추가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무력제재나 북한 체제전환에 대한 언급을 강화해 갈 수도 있다. 이처럼 북핵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새해 한반도 정세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보면 희망적인 요소들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부시 행정부의 안보정책은 대테러전,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저지, 21세기 신기술에 따른 군사적 변환이라는 세 기둥을 중심으로 다루어진다는 점이다. 북핵문제의 경우도 미국은 알 카에다와의 테러전, 이라크·이란의 WMD, 미군 경량화와 기동군화라는 3차원 매트릭스(matrix) 속에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 전후처리가 혼란스러워지고 이란 핵문제가 긴박해질수록 북핵문제를 둘러싼 긴장의 고조 속도는 느려질 것이며, 그 경우 우리는 좀 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케리가 강조한 북·미 회담보다는 부시의 6자회담 틀 속에서 조금이라도 많은 역할 공간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핵문제의 시급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미국의 전체적 대외전략 속에서 북핵문제가 차지하는 위상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장훈 (중앙대 정치학과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4. 11. 4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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