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02. 4. 11 한국NGO학회(회장 김영래)가 '지방화시대와 NGOㆍ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주최한 학술회의 논문입니다.

시민사회에서 언론개혁과 시민언론운동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하여

발제자(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세계사적 변화는 상상을 초월하고 심대하다. 디지털 혁명과 시장개방은 한국 사회가 구체제에서 신체제로의 이행을 강요한다. 국내적으로는 시민사회의 구조와 이념이 확립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런 국내외 정치 경제적, 문화적, 이념적 대변혁과는 동떨어진 분야가 대중 매체시장이다. 특히 신문시장의 문제는 심각하다.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네트웍의 탄생으로 기존의 일간지 등 아날로그 매체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일간지는 구산업 경제의 산물로 디지털 경제에서 살아남기가 수월치 않다. 그렇다고 종이신문이 시민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다. 신문시장의 파행으로 시민들이 겪는 불쾌감과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근래에 이런 일이 있었다. 특정 신문의 지국 영업사원이 어떤 시민에게 접근하고 신문구독 조건을 제시하였다. 구독기간 1년에 3개월 무료 더하기 발생지 번호표시전화 제공. 그 시민은 이 신문의 구독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 독자는 갑자기 외국에 나가게 되자 무료에 구독료 3개 월치, 경품으로 받은 전화를 반납하였다(<미디어오늘>, 2002.3.28). 그러나 신문지국은 독자 확충에 들어간 영업사원의 비용 3만원까지 납부할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있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권력자들은 대선에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특정한 후보를 당선시키거나 떨어뜨리고자 갖은 방법의 보도를 다했다. 도저히 해서는 안될 보도로 유권자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언론권력은 선거과정에서 후보자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보도도 서슴지 않았다.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참정권에 이토록 개입하여 국정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 바로 언론권력이다. 이런 행위는 언론의 기능이 절대 아니다. 신문독과점 기업은 순수한 의미의 언론이 아니라 '언론정당'이거나 '언론정부' 또는 '사설 정보국'이다.

일간지나 방송과 같은 대중 매체는 언론의 기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정확성, 전문성, 공정성,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언론의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과연 대중매체가 이런 요소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여론시장과 대중문화시장을 독과점 하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대중매체가 민주적 여론 형성의 기능을 다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신문독과점 업자는 돈과 보급망을 이용하여 전국을 샅샅이 뒤져 자신들이 만든 정보로 채우려하다 보니 큰 문제가 발생하곤 하였다. 잘 알다시피 시민들이 독과점 신문에 갖는 저항감은 말로 다하기 어렵다. 물론 독과점 신문의 덕을 보는 사람도 많고, 지지하는 층도 있다. 그러나 신문이 사회적인 기능을 하는데 있어 특정인이나 집단 또는 계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만 그 반대편 집단이나 계층의 절대적 거부를 받는 상황에서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언론제도의 피로감이 시민을 고통스럽게 한다. 광고주는 물론 신문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도의 불신감을 갖고 있다. 거기에다 비효율적인 신문산업을 유지하는데 연간 4조 원 가량 들어간다. 엄청난 물자가 소비되고, 전국 곳곳에 물샐 틈 없이 배포되고 있는 독과점 신문은 시민사회에 커다란 짐이다. 이것을 바꾸어야 한다. 낡은 신문시장 구조를 바꿔 민주적 여론 형성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신문독과점 업자, 보수파들이 강력히 반발하여 언론개혁은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좌절되곤 하였다. 이것은 언론개혁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 정권의 언론시장 개입 등 관련된 문제가 워낙 복잡하고 미묘해서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도 이유가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돌이켜 볼 일은 지난 언론개혁 운동과정의 공과를 분석하고, 특히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검토하여 대응책을 찾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과 절차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언론개혁운동이 그런 범주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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