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고령화사회 | |
2004-11-01 | |
초고속 고령화사회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인구비중이 금년 8.7%에서 2019년에는 14.4%, 그리고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의 고령화 속도는 다른 어느 선진국보다 속도가 빠르다. 소비가 격감하고 노동력이 감소하면서 성장잠재력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문제가 되지만 단기적으로는 노인복지가 가장 큰 문제다. 연금소득이 없는 노인들은 이미 절대빈곤의 상태에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고 앞으로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된다. 노인복지를 위해서는 노인의 소득을 높여주고 증대되는 노인의 의료수요에 대비해 의료보험 재정을 확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대해 정부도 최근 노인의 일자리 창출과 퇴직연금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보완만으로 고령화로 인한 노인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노인복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인계층의 실질소득이 높아지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인층의 소득증대는 정부의 복지예산 증대를 통해서도 가능하고 또한 개인연금을 증대시키는 방법도 있다. 먼저 현재 전체예산의 0.4%에 불과한 노인복지예산을 크게 늘여야 한다. 문제는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노인복지를 위한 예산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복지에 대한 정부지출이 작아서 재정적자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출산율이 저하하고 인구의 고령화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조세수입은 작아지는 반면에 복지지출은 늘어나 재정적자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는 국채의 발행이나 통화량의 증발로 보전하게 되면서 이는 물가상승을 유발하여 경제는 또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남미국가들이 반복해서 외환위기를 겪게 되는 이유가 이러한 복지로 인한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에 대해 적극적인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가 되어 노동력이 감소하더라도 기술개발로 성장잠재력이 낮아지지 않도록 하여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며 소비감소에 대처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또한 개인의 연금저축을 늘여서 노인복지에 대한 정부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이 장기저축을 통해 스스로 연금을 준비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물가가 안정되어야 한다. 물가가 안정되어야만 미래소득의 구매력이 유지되면서 장기저축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부동산가격이 오르거나 생활물가가 높은 경우 연금과 같은 장기저축에 대한 수요가 있을 리 없다. 10년, 20년 이후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먼저 생활물가를 안정시키는 데에 노력해야 한다. 거시경제정책의 목표를 단기적인 경기부양보다는 장기적인 물가안정에 두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채권과 투자신탁과 같은 장기금융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서 장기채권시장이 발달하고 또한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높은 물가와 미래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투자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서 채권시장이 발달되지 못했으며 그 결과 개인의 연금저축이 늘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연금저축이 늘어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정부가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는 데 비해 이에 대한 준비는 미흡하다. 지금 당장 우리가 겪고 있는 경기침체도 중요하지만 좀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고령화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성장잠재력이 높아져 재정적자로 위기를 반복하는 남미 경제의 실패를 피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출처 - 세계일보 2004. 11. 1 시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