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보도자료
 |
정부, 기업과의 言路를 터라 |
|---|---|
 |
2004-07-26 |
| 정부, 기업과의 言路를 터라 한국 경제가 1990년대의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고 한다. 장기 불황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소비도 위축되어 있지만,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장기 불황의 우려를 낳는다. 요즈음 분위기로 봐서는 이자율을 더 내리거나 투자 관련 세금을 감면한다고 해도 기업의 투자 의욕이 되살아날 것 같지 않다. 경기를 부양할 더 이상의 수단이 없는 것이다. 기업은 투자를 해야 살아남는다. 사업을 그만두거나 정리하고 외국으로 옮겨갈 계획이 아니라면 기업은 생산 설비를 늘리고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그런데 왜 한국 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시설 투자를 줄이고만 있는가? 기업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선 마땅히 투자할 만한 사업을 찾기 어렵고, 설사 사업을 찾더라도 수익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명색이 OECD 회원국인 나라에서 어디에다 투자를 할지 몰라 방황하면서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도태되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앞으로 경제 여건이 악화될 것을 예상하여 투자를 미루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재계와 업계의 주장은, 투자를 가로막는 위험 요인들이 너무 많이 산재하고 이들 중 상당 부분은 정부가 해결 가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런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노사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데, 정부의 개혁 정책은 지나치게 광범위하며 진보적이어서 투자 여건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허다한 개혁과 구조 조정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12개나 되는 개혁위원회를 설립하여 우리 경제와 사회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참여정부의 개혁도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성패를 더욱더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다. 자연히 앞으로 3~5년 후를 내다보며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앞날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진다면, 로드맵으로 그려진 개혁들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수도 있다. 바로 이런 가능성 때문에, 투자를 안 한다고 기업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개혁이 투자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그 범위와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달라 보인다. 정부는 현재 실행에 옮기고 있는 개혁 정책을 밀고 나가면 단기적으로는 괴로울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침체를 극복하여 경제의 기반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재계와 업계가 정부의 주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혁은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경제가 돌아가야만 한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생산을 해서 수출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 주장대로 성장 속에서 개혁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정부는 기업과 재계 자체의 개혁을 유도하면서 그들의 요구도 어느 정도 수용하는 신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기업이 바라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정책들이 투자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들은 과감히 제거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요구가 모두 타당한 것은 아닐 것이나, 정부가 기업의 제안을 하나하나 검토하여 기업의 투자마인드 회복을 촉진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그것이 바로 장기 불황을 피해 가면서 개혁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도 정부가 마음을 열고 기업의 진솔한 소리를 들으려는 자세를 먼저 보여야 한다. 박영철 (고려대 교수·경제학) 출처 - 조선일보 2004. 7. 26 시론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