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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있는 노조 자제하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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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2 |
| 힘있는 노조 자제하여야 LG칼텍스정유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결정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강행한 데 이어, 서울과 인천의 지하철공사 노조 역시 각 지방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에 관계없이 21일부터 단체행동에 들어감으로써 노사 간의 기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노동권이 아무리 존중되어야 한다 해도 노조가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결정을 무시하고 즉각적으로 불법 단체행동에 돌입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선진화되기에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정부는 LG정유와 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명백한 불법 파업이기 때문에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주도자 사법처리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하고 사법처리에 나서는 경우 모든 노사정대화를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수호 민주노총위원장 체제의 출범으로 화합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되던 노사정 간의 대화채널 구축도 무산될 위기에 처하고 있다. LG칼텍스정유의 경우 비정규직 문제, 사측의 사회공헌기금에의 기여가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고 지하철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근무형태 변경과 관련된 입장차이에서 분쟁이 일어났다. 이들 노조의 입장은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겠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본 국민들이라면 입맛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LG칼텍스정유의 경우 근속 10년차 생산직의 연봉이 6000여만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각 도시의 지하철 공사의 근로조건이 지하철공사의 누적 적자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청년실업자가 40만명에 가깝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이들이 근무조건이나 처우가 불법파업을 감행할 정도로 절박한가를 묻고 싶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전체 실업률은 전월에 비해 떨어졌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늘어나서 전체 실업자 2명 중 1명이 청년실업자이다. 상용근로자는 줄어드는 반면 임시근로자나 일용근로자는 늘어나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LG정유 노조나 지하철공사 노조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나 새로운 인력 충원을 통한 교대근무형태 변경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기득권에 대한 양보 없이 사용자의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경제를 더욱더 불황의 늪으로 끌고 가는 행위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100명당 12명만이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있는 근로자의 대부분은 고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처우가 좋은 공공부문이나 민간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조직원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이익단체라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전체 근로자계층을 위하는 길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것에 대해 깊은 자성이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한국 지사장이 “한국의 임금상승률이 너무 높아서 외국기업처럼 연 1∼2% 올리는 것이 적당하며 한국기업의 설비투자가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되짚어 봐야 한다”고 꼬집는 인터뷰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렇게 힘 있는 노동조합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반면 사실 우리의 노동현실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노동위원회에 접수되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에 관련된 것이다. 특히 30대 초반 남자 대졸자 초임이 연 1500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근로조건이 좋고 직장도 안정되어 있는 근로자, 그리고 이들을 대변하는 힘이 있는 노조들이 나라와 전체 근로자를 생각하기를 바란다. 특히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선 단호하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불법분규가 반복되는 구조적인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 불법 노사분규를 할 수밖에 없는 법체계라면 법을 고치고 그렇지 않다면 법이 준수되도록 정부가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필요하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노동경제학) 출처 - 세계일보 2004. 7. 22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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