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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에 빠진 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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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9 |
| 정치논리에 빠진 경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노조 간부들과 만나 경제가 어렵더라도 노동자의 권익을 신장시키자고 격려했고, 최근에도 대통령직에 복귀한 후 우리 경제가 결코 위기가 아니라고 역설하고 있다.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과장된 위기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경제의 어려운 실상 자체보다 위기론의 의도나 과장 여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경제 인식이 이와 같다면 설사 경제가 어렵더라도 노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은 가겠다는 뜻이다.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은 그나마 경제를 잘해보겠다는 의지 표명과 어떻게 대조되는지도 궁금하다. 이 같은 경제 인식은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위기론을 잠재우는 것만으로는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고 민생을 안정시키기에 충분치 않다. 정부는 이 같은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어떻게 모든 경제주체들이 합심 노력해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느냐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보다 위기의식을 가지고 경제를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가 앞장서서 위기의식을 일깨우고 국력을 결집해서 이를 극복해나갔다. 기업투자와 수출을 장려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경제가 이만큼 발전한 것도 그런 노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경기 침체가 극심하고 국민생활이 어려워도 정치권에서는 경제를 잘해보려는 뜻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정치권은 경제 회생이나 민생은 뒷전이고 언론과 정치 개혁 등 오로지 정치논리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팽배하면 경제위기가 심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과장된 위기론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상황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한다. 우선 중국 쇼크, 유가 폭등, 국제금리 등 해외 경제 여건의 급격한 변화가 그렇지 않아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불안정한 안보상황도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어 국내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대내적으로 정부정책의 정체성과 투명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 신용카드 부실화와 신용불량자 양산,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부동산 투기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표출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들이 소비, 투자 등 내수를 극도로 침체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해결 없이는 경제 회복이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용불량자 양산의 근본적인 원인은 신용카드 및 금융의 대중화에 있다. 과거에는 신용카드는 신용우량자에게 발급되었기 때문에 일종의 부와 신분의 상징이었다. 이것을 대중화함으로써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는 강력한 노조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는 일견 참여정부의 딜레마 또는 아이러니처럼 보인다. 어느 정권보다 부동산 투기를 혐오할 듯한 참여정부가 당초부터 행정수도 이전 및 20여개 신도시를 개발한다는 계획으로 조직적인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투기의 혜택을 골고루 분배해야 한다는 정치논리가 깔려 있는 것 같다. 게다가 그동안 벌여온 교육 평준화는 앞으로 대학교육 평준화로 진보할 전망이다. 결국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우리 경제가 분배와 형평, 평준화와 노동자의 권익 등 이미 상당 부분 기울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성장잠재력과 경쟁력 강화 논의는 공허한 립 서비스에 그칠 것 같다. 우리 경제는 보다 정치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이것이 경제위기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6. 9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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