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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관성있게 국정 끌어가길
	2004-05-17
일관성있게 국정 끌어가길 극단으로 치닫던 한국 정치권의 대립은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로 그 정점에 올 랐다가 4ㆍ15 총선을 계기로 당분간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어쩌면 최근 가 장 눈에 띄는 정치권 변화가 바로 이러한 대립의 진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야권이 상대해야 할 여권이 대통령 부재로 아직 완전히 등장하 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헌재의 탄핵소추 기각이 정치권으로 하여금 정략적 극단 대립의 교훈을 교육해 진정 국면을 안정화시킬지 아니면 야당에 대적할 상대를 재등장시켜 다 시금 정치권을 대립으로 몰고 갈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한국 정치는 감정과 감성이 강하게 개입돼 작동하기 때문에 어차피 하루 앞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총선과 헌재에서 승리해 재등장할 여권이 어떠한 국정 운영을 하느냐에 따라 여야간 대립 정도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원화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야간 갈등은 사실상 일상적인 일이다. 따라서 국민들 사이에 갈등이 전혀 없는 조화로운 덕치와 성군의 시대를 바라 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기대해야 할 노무현 정부의 사실상 집권 2기의 국정 운영은 조화로운 덕치와 성군의 국정 운영이 아니라 다원화된 세력간 갈등을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즉 노무현 정부를 대표하는 체계화된 국가 운영의 철학 안에서 현재 한국의 문 제점을 파악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비전을 갈등 조정 의 시각에서 착실히 실천해 나가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 집권 2기 노무현 행정부의 최대 과제는 외교안보와 경제문제에 대한 철학과 비 전 제시, 그리고 일관성 있는 실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핵 위기, 한미 동맹과 이라크 파병, 97년 경제위기 이후 시작된 경제 개혁의 지속 추진과 성장동력의 확충 등 모두 만만치 않은 문제를 상대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일관성 있게 갈등을 조정하며 풀기 위해서는 그 원칙과 방법 에 대한 투명하고 설명 책임이 있는 그림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외교안보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국가 이익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국민 이익' 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남북 관계 및 한미 관계에서 ' 추상적인 국가' 를 위해 많은 국민이 희생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의 안전과 번영이 곧 국가의 안전과 번영인데, 한미 동맹이라는 국가간의 수단을 절대화시켜 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기회주의적으로 보이게 행동하지 않고 일관성과 방향성을 줄 수 있는 원칙과 실천이 있느냐다. 예측이 어렵고 불확실한 동맹국을 상대하 는 것이 뚜렷한 원칙을 가지고 조정을 원하는 동맹국을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짜증나는 일이다. 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개혁에는 당연히 저항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시장 경제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개혁의 로드맵과 타임테이 블을 만들어 일관적으로 추진한다면 경제주체들은 적응하게 되어 있다. 시장경 제의 가장 큰 적은 민간의 자율과 창의에 대한 제한과 불확실성이므로 정부는 가능한 한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보장하는 규제 개혁을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갈등을 국가가 위에서 힘으로 봉합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 는 것이다. 조정을 위해서는 강제라는 물리력보다는 설득과 이성적인 제도적 절차의 운용이 필요하다. 헌재의 탄핵소추 기각은 이러한 민주주의 원칙을 기 각해 노무현 정부에 무소불위의 힘을 준 것은 아니다. 사실 '집권 1기 노무현 행정부' 는 이러한 갈등 조정의 민주적 원칙에 역대 어 느 정권보다 가깝게 접근한 행정부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힘에서 밀렸고 국정 운영의 일관성 있는 철학과 실천이 없었기 때문에 이성적인 제도적 절차 의 운용에서 멀어지고 감성과 이벤트를 활용한 측면이 컸다. 노무현 정부는 이제 정치자금 문제를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 사상 유례없는 깨 끗한 4ㆍ5 총선을 치른 이른바 '일관성의 교훈' 을 되새기면서 탄핵소추 기각 으로 완결된 세력구도 변화를 배경으로 외교안보와 경제정책을 일관성 있게 설 득과 인내를 가지고 추진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4. 5. 15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