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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성장 우선’ 천명하라
2004-05-14
대통령은 ‘성장 우선’ 천명하라 국내외적으로 큰 충격이었던 탄핵이 기각되어 노무현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총선에 이은 각종 내부적 갈등과 중국 쇼크 등의 외부적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혼란을 경험했다. 이제 다시 정상적인 업무에 복귀한 노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이러한 혼란과 불안을 잠재워야 할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우선 노 대통령 및 현 정부의 경제팀은 경제정책의 기조를 확실히 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 여당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을 동시에 이루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말하면 성장과 분배를 모두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이 양자 가운데 어느 한 곳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경제 주체별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에서는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옳다고 본다. 투자 활성화에 의한 성장정책은 우선 일자리 창출을 통해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소득 증대를 통해 신용 불량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성장을 통한 고용 창출은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분배 문제인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지금의 우리 상황에서는 투자를 통한 성장우선 정책이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개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것이다. 노 대통령이 이와 같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하며, 특히 여당 내에서의 합의가 필요하다. 지난 총선을 거쳐 집권 여당이 국회의 다수당이 됐으며, 이는 곧 여당 역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의 목소리와 여당의 목소리가 서로 달라서는 안 될 것이며, 특히 경제정책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목소리를 내어야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여당은 이러한 합의를 이루기 힘든 구조로 돼 있다.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여당 내에는 다양한 이념의 인사들이 모이게 됐으며, 이로 인해 과연 여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여당 스스로도 되묻는 상황이 돼 버렸다. 노 대통령은 여당 내의 이러한 혼선을 정리하고 경제정책의 큰 방향을 성장 쪽으로 유도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또한, 노 대통령은 최근 각종 이념 논쟁을 통해서 불거져 나온 반시장적 사고를 불식시켜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 내의 반기업적 정서와 반시장적 사고는 이미 그 도가 지나칠 정도이며, 과연 한국 경제가 이와 같은 이념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러한 기운들이 단순히 일부 시민단체 및 정치인들에 의한 자생적인 움직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대통령 및 청와대가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해 줄 것이라고 믿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 1년간의 국정 운영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이념이 많이 변했다는 표현을 자주 써 왔다. 이에 노 대통령은 총선을 전후하여 조장된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 확실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방향을 친시장적인 성향으로 확립하기 바란다. 대통령으로서 시급하게 대처해야 하는 또 다른 분야는 바로 대외 개방에 관한 현안들이다. 실물부문에서는 올해 안에 마무리지어야 하는 쌀 개방 협상이 있으며, 이미 시작된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있다. 이들 현안은 그 속성상 정치권 안에서 합의가 이뤄지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며, 대통령이 보다 중립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대외 개방의 분위기를 유도해 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아무쪼록 이번 탄핵 사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여야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큰 수모와 좌절을 겪은 사건이다. 결코 어느 한 편이 다른 한 편에 대한 정치적 승리를 거둔 사건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탄핵과 총선 등으로 인한 정치 불안이 얼마나 심하게 경제를 훼손시킬 수 있는지를 배웠다. 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불필요한 정쟁을 지양하고, 내수 경제의 회생과 대외 경제의 불안 요소를 제거하는 데 주력해 주기 바란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4. 5. 14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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