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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노사가 나서야 한다
	2004-05-12
대기업 노사가 나서야 한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한국 사회ㆍ경제를 옥죄는 뉴스뿐이다. 투자와 성장 은 저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저소득층의 생존권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 한 경제와 사회 문제 중심에 비정규직 쟁점이 자리하고 있다. 노동계는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차별해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 며, 경영계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에 따라 비정규직을 통한 유연성 확보가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지간에 임시일용직 비중이 50%를 오르내리는 현상은 무엇이 정규직이고, 무엇이 비정규직인가를 구분하는 것조차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렸다. 주목해야 할 것은 외환위기를 전후해 대기업의 근로자 수는 절대적으로도 감소 하고, 소기업의 고용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일수록 상용직 비중이 낮고,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고용형태 간뿐 아니라 기업규모간의 임금 격차가 크게 확대되어온 것도 시장에서 경험적 으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사용자들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아서 이렇게 차별적으로 근로자들을 대우하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한국의 독특한 하도급 거래를 들 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하도급 업체 비중은 외환위기 전 후로 높아져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보다 넓게 보면 중소기업의 주문납품 비중은 무려 84%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각 언론과 중소기업협동조합 등에서 지난해 말 이후 연 속적으로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듯이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나 발주물량의 불안정, 지나친 품질 및 납기 준수 요구, 납품대금의 비정 상 지급 등은 중소기업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자금부족으로 기술개발을 위한 여력을 갖지 못하며, 설비투자를 기피하고 기존의 기계와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 단기 수익 성을 올리는 데만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을 확보하지 못하면 퇴 출당하게 되는 무시무시한 시장환경에서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규직 근로자를 늘리고 이들에게 공정한 대우를 해주며, 나아가 교 육훈련 투자를 통해 인적자본을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공자님 말씀'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지불능력의 제약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이미 대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던 비 정규직 활용이라는 '묘수'를 좇아 노동시장 왜곡에 동참했다. 예를 들어 외환 위기 이전에는 일부 대기업에서만 나타났던 사내 하도급이라는 독특한 도급거 래를 최근에는 중소기업들도 널리 활용하게 되었다. 한 공장 내에서 직무와 능 력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지가 아 예 '사회적ㆍ경제적 신분'을 결정지어버렸다. 이렇게 노동시장이 왜곡되고 소득분배가 악화된 결과는 그대로 우리에게 부메 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수출이 잘 되어도 내수가 부진한 한 요인은 바로 이중 노동시장이 형성돼 소비 의 주축인 중산층이 양극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수출과 내수, 저소득과 고소득 , 첨단과 재래,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으로 경제구조가 분절돼 있다면 금융정책 이나 재정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경기부양이나 양적 일자리 창출 정책만으로는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 되는 경제 회생과 사회 통합을 달성하기 곤란하다는 점이다. 이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노ㆍ사ㆍ정 3주체의 진솔한 사회적 대화이며, 미시 적이고 제도적인 접근을 통한 세밀한 통합전략이다. 이 때 대기업과 공공 부문 노사의 선도적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대기업 사용자는 경기변동과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에 대한 대응에서 양적 유연 성에만 기대거나 부담을 외부로 전가하는 전략을 수정해 근로자의 지적 자산과 창의력에 기초한 질적 유연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성장잠재력이 고갈되면 대기업의 동태적 효율성도 확보하기 곤란하다는 장기 시야를 갖추고 하도급 기업과의 협력적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 대기업 노동조합은 '연대의 원리'를 생명으로 하는 노동운동의 초심으로 돌아 가 경제적 요구를 자제하고 비경제적 보상, 특히 학습기회 확충을 통한 숙련 제고와 그에 기초한 고용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올해 임ㆍ단협부터 이러한 대기업 노사의 모범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중소기 업 노사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의 '절실한 희망'이라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 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04. 5. 12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