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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시장틀서 풀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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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7 |
| 비정규직, 시장틀서 풀어야 정부도 뚜렷한 대책없어… 정규직 유연성 커져야 비정규직 문제가 올해 노사관계의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동계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의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철폐를 주장하고 있고 민주노총 산하 단위 노조들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용자들에게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한 기금에 개별 기업 이익의 일부를 출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철저한 법적 보호를 주장하는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함에 따라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에서의 공방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정도로 추산되는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다른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보다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급속도로 늘어났다. 정부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의 월 평균임금은 정규직의 60%에 불과하고 사회보험 가입률도 저조하게 나타나는 등 사회안전망의 보호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우리는 차별 시정보다는 시장적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개인적 편견에 의해 여성 근로자를 차별하는 사용자는 오히려 불필요하게 높은 노동비용을 지불함으로써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시장에서 도태되지만,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의 확대는 경영합리화 내지 수익 창출을 위해 기업들이 선택한 결과이다. 1990년대 이후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여 지난 5년간 중국에서 우리 기업들이 창출한 일자리가 100만개가 넘는다는 현실은 비정규직의 확대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정규직의 경우 인력 활용이 경직적인 상황에서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비정규직 고용에 의존하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근로자 분신사망 이후 정부가 20%에 달하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를 우선 해결한다는 방침에서 몇 달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강구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이는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 강화나 처우 개선은 우리나라 전체 노동시장의 고용비용 증가가 최소한으로 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는 등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정규직 고용의 유연성이 제고되고 임금인상이 자제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 내지 활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면 우리나라의 산업공동화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고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현안인 청년실업의 문제의 해결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기업별 교섭체계 아래서 단위 기업의 정규직 근로자 중심의 노동운동을 하여온 대기업 노조들이 세계화시대에 보다 열린 자세로 올해의 임단협에 임하여야 한다. 정규직 고용안정이나 처우개선에 대한 요구는 자제하지 않으면서 국제적 기준에서 과도한 정규직에 기준하여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존립기반 자체를 잠식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고용안정협약 등을 통해 기업의 해외진출을 당장에 억제하고 제도적으로 일자리를 보존할 수는 있겠지만, 세계화시대에 시장의 흐름에 역행해서는 근로자, 기업 그리고 국가 모두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지난 외환위기의 교훈인 것이다. 박영범 (한성대 노동경제학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4. 5. 7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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