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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없으면 분배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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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7 |
| 성장 없으면 분배도 없다 4·15 총선은 열린우리당의 대승과 민노당의 약진으로 판가름났다. 정치권이 ‘여대야소’가 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럼에도 최근 불거지기 시작한 성장·분배 논쟁 등은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대두될 기미를 보인다. 총선 후 시장경제원칙에 반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특히 우리당은 성장보다 경제개혁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나눔과 배려’를 강조한다. 민노당은 한걸음 더 나아가 부유세를 거론한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서민들을 위한 복지에 쓰자는 진보적인 발상이다.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그런 인기영합주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런 시도가 일시적으로 허황된 기대를 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 최근 세계경제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 경제는 여전히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은 호조를 보이지만 소비와 투자가 극히 부진하다. 가계부채, 신용불량자, 실업 증대와 정치 불안 등이 내수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분배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의 소득분배는 고성장기에 개선되고 경기침체기에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경제 발전 초기에는 소득분배의 불평등도가 높으나, 경제 발전이 진행될수록 분배가 개선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성장을 위해서 분배를 희생하느냐, 아니면 분배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느냐는 논쟁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성장이 지속돼야만 분배할 파이도 커진다. 경기침체, 실업증대, 인플레 등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욱 피해를 보는 계층은 가난한 서민 등 사회적 약자이다. 이들에게 어려움을 덜어주고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도 투자와 성장은 유지돼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무엇보다도 경제가 회복돼 고용 불안을 벗어나고 빚에 쪼들리는 가계의 주름이 펴지기를 바란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이 같은 국민의 소박한 바람을 제쳐놓고 개혁만 외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그동안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계속해 왔다. 성장보다 분배 위주의 정책을 강조하고, 인기영합적인 친노정책, 개혁을 내세운 반기업·반시장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그 결과 경제는 극심한 침체에 빠졌으며 참여정부가 주장하는 분배의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친노정책 역시 노사분규를 심화하고 고용을 감소시켰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4만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IMF 외환위기를 제외하고 이렇게 심각한 고용 감소는 처음이다. 그뿐 아니라 경직된 노동정책은 청년실업의 증대,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심화시켰다. 참여정부를 열렬하게 지지하고 촛불시위를 벌여온 청년층의 실업 증대는 불행한 일이다. 전투적인 노조의 극렬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악화된 것은 커다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의 지나친 시장 참여와 반기업 정책도 투자환경을 악화시켜 기업과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또다시 분배와 개혁을 내세워 경제를 더 이상 결딴내서는 안 된다. 경제성장 없이는 분배의 개선도 없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나 인기 영합도 불가능하다. 앞으로 정부는 무엇보다도 일자리 창출에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투자를 촉진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우리나라를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도 경제 성장과 발전은 지속돼야 한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4. 27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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