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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인권에 침묵하는 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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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9 |
| 北인권에 침묵하는 정부 유엔인권위의 결의 채택 … 국제사회 오해 풀어야 현재 제네바에서 진행 중인 제60차 유엔인권위원회는 15일,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북한의 인권상황을 규탄하고 일련의 개선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하였다. 특히 금년도 결의에서 주목되는 점은 신망있는 인권전문가를 북한인권 담당 특별보고관으로 임명하고, 금년 9월 유엔총회 및 내년도 61차 유엔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상황을 보고토록 한 것이다. 이번 결의를 채택함에 있어서 EU는 작년과 같이 핵심적 역할을 맡았으나 한국의 경우 능동적인 역할은 없었고 투표에서는 작년의 “투표 불참” 입장에서 “기권”을 했다. 북한은 동결의가 미국의 대북한 압살정책의 결과라고 거칠게 반발했으나 대세를 어찌할 수 없었다. 유엔인권포럼에서는 인권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인권을 유린하는 해당국가를 공개 규탄함으로써 국제적 수치감과 압력을 동원하여 억지효과를 갖게 하는 방법과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인권침해를 구제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 두 방법은 상호 보완적인 방향에서 사용되고 있다. 금번 인권위원회가 채택한 결의가 특별보고관의 임명 등 보다 강경하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유는 작년 결의가 북한의 “광범하고도 조직적 인권침해”에 대하여 북한이 유엔인권기구와 협력하여 개선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이 일체의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러한 부정적인 자세는 북한체제의 성격에 비추어 가까운 장래에 개선될 여지는 없다. 이번 결의의 또 하나의 특징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 침해상황이 사상, 양심, 종교, 언론, 거주이전 등의 자유뿐만 아니라 북한 탈출을 반역 행위로 간주하여 송환시 고문, 사형을 부과하고 특히 여성의 인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로서 매춘, 또는 강제 결혼을 위한 인신매매, 감옥과 노동수용소에서의 영아 살해까지 예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참한 인권상황의 조사를 내용으로 하는 결의에 대하여 기권을 택했으나 그 입장의 재고가 요청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인권정책이 동족이라는 이유로, 또 북핵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 증진의 전략적인 관점에서 소극적 입장을 취한다면 그 정책의 도덕적 신뢰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인권의 보편적인 가치를 믿는 이유는 인종, 국적,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지역적, 문화적 특성을 초월하는 인간 고유의 존엄성에 대한 외경 때문이다. 둘째 북한 주민이 자기의 정치지도자를 마음대로 선출할 권리가 박탈되고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인하여 생존권을 위협받으며, 또 자기 나라를 떠나고 마음대로 돌아올 자유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처참한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결의를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외면할 경우 한국은 다른 나라의 인권상황에 개입할 정당성과 도덕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셋째,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EU 국가들의 일관된 주도권, 그리고 미국 등 의회가 채택한 북한인권관계 결의 및 토의 중인 한반도 안보 및 자유법안(2003) 등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소극적인 태도는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의혹과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끝으로 정부가 금번 인권위 결의를 채택함에 있어서 작년과는 달리 기권을 선택했고, 또 기권 이유의 설명(EOV)을 통해서 우리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점은 일보전진한 조치로서 이미 잘못 끼워진 단추를 고쳐 보겠다는 의도로 평가하고 싶다. 이번 결의에 의하여 임명된 특별보고관은 금년 가을 유엔 총회와 내년 61차 유엔인권위에서 북한인권 상황을 우선적인 항목으로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는 우리 정부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의 변화가능성을 면밀히 주목할 것이다. 박수길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4. 4. 19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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