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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 경제정책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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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1 |
| 선심성 경제정책 안된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정국이 불안하다. 그러나 경제에 별 동요는 없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시장 시스템의 저변을 갖추었다는 뜻이다. 경제는 시장이 움직이는 것이지 대통령 권한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이 일시적으로 국무총리에게 넘겨졌다고 경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 2기 경제수장으로 들어선 이헌재 부총리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부총리는 국민의 정부 때 금융감독위원장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연이어 맡으면서 IMF 위기를 극복한 구조조정의 전도사 역할을 했다. 과감한 기획력과 추진력으로 국가경제를 부도 위기에서 구출한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된 것인지 이번에는 선심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년간 연 경제성장률 5%와 일자리 200만개 창출을 공언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1%에 고용효과 6만명으로 계산하여 연간 30만명씩 5년간 150만명의 고용을 늘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서비스업의 발전과 일자리 나누기 등의 정책을 펴 200만개를 채울 예정이다. 2002년과 2003년에 경제성장률은 6.3%와 3.1%이었다. 그러나 일자리는 각각 3만개와 4만개가 줄었다. 마이너스 고용성장이라는 기현상이 이미 구조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처구니없는 숫자놀음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이헌재 부총리는 비정규직의 정규화, 토지규제 개혁, 신용불량자의 원금 삭감, 특소세율 인하,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등 장밋빛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악화되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져 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산품부터 기초 생필품까지 안 오르는 것이 없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실업, 부채, 물가라는 3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모한 선심정책을 펼 경우 경제는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장기불황의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 부총리는 IMF 위기 때 무모한 정리해고와 공적자금 투입으로 민생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책임이 있다.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가 닥치자 IMF의 논리에 따라 무자비한 구조개혁을 실시했다. 자금 지원만 하면 회생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쓰러졌다. 그다음으로 콜금리를 10% 수준에서 30% 이상으로 올리고 긴축정책을 강행했다. 이 정책은 외환위기로 부도위험을 맞고 있었던 대다수 기업들에 사약이나 다름없었다. 그리하여 산업 활동이 마비되다시피 하고 종합주가지수가 270선까지 무너졌다. 정부는 여기서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경제를 완전 개방하여 삼성전자, 국민은행,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의 소유권은 물론 증권시장의 주도권까지 외국 자본에 넘겨주는 우를 범했다. 국민의 정부 경제정책 실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를 부양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의 무제한 발급을 허용하고 가계대출을 자유화시켰다. 이렇게 되자 실업으로 경제능력을 상실한 서민들을 고리대금업의 덫에 걸리게 하여 신용 파탄에 이르게 했다. 이헌재 부총리는 자신이 씨를 뿌린 우리 경제의 붕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 실상을 정직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정치 논리를 완전히 떠나 순수 시장논리에 의거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 하여 기업과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라나서며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카드 위기 해결, 성장동력 창출, 노사정 대타협 등 숱한 당면 과제를 국민과 함께 정도로 푸는 지혜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 1930년대 미국 경제가 대공황을 겪을 때 미국 정부는 뉴딜정책으로 경제를 살린 일이 있다. 이헌재 경제팀은 미래 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21세기형 한국판 뉴딜정책을 한시바삐 내놓아 경제 도약의 신화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3. 31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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