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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법의 잣대로
2004-03-29
탄핵심판, 법의 잣대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의 심판 단계로 넘어갔다. 탄핵의 제도를 정한 헌법 제65조와 제111조에 나라의 명운이 맡겨진 셈이다. 이제는 정치적 상황 논리에서 벗어날 때이다. 선거법 위반·측근비리·국정 파탄 등으로 열거되는 그 사유가 헌법상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로는 가능해도, 대통령을 탄핵하여 퇴직시킬 수 있을 만큼의 사건적 긴장도는 희박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우리 헌법은 탄핵을 요구하는 자와 이를 심판하는 자를 분리하여 국회에는 대의정의 입장에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탄핵소추 권한을 그의 재량으로 부여하고, 헌법재판소에는 헌법 수호라는 측면에서 이를 재판적 절차에 따라서 심판하는 기능을 가지도록 하였다. 탄핵 사유가 되는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의 적용은 국회 소추에서의 그것과 헌법재판소 심판에서의 그것이 꼭 같지는 아니하다는 것이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합헌적이라도 헌법재판소의 심판 단계에서는 충분히 기각되는 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는 국회 탄핵소추의 절차적 하자만을 따져서 그 하자가 없다면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적절치 아니하다. 탄핵을 포함하는 국가의 모든 권력 작용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를 둔 ‘비례성 원칙’에 따라야 하므로, 헌법재판소는 법치주의 원칙과 국민적 정당성이라는 민주주의 헌법 원칙에 근거하여 그 헌법적 타당성을 따질 권한과 책무를 가진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권력 작용이 그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중의 어느 하나에라도 저촉되면 위헌이 된다고 한 바 있다. 여기에서 방법의 적절성 내지 수단의 적합성 원칙은 입법자의 입장에서 사전에 입법자가 선택한 수단이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의 여부 등 장래에의 예측 가능성을 따지는 것이다. 즉 사후에 법원의 관점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입법자에게 일정 정도의 재량성이 인정되며 상대적으로 사법적 심사의 폭은 제한된다. 이 심사만으로 보아서는 국회의 탄핵소추 자체가 위헌으로 판단될 가능성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1996년 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헌법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제65조 제1항)고 규정함으로써 명문 규정상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국회의 재량 행위임을 밝히고 있다. 헌법 해석상으로도 국정 통제를 위하여 헌법상 국회에 인정된 다양한 권한 중 어떠한 것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권은 오로지 국회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문제는 피해의 최소성 요건이다. 이의 판단에는 탄핵소추 외의 다른 방법은 없었겠느냐 하는 헌법적 형량의 과정이 요구된다. 그리하여 국회는 탄핵소추가 공익 달성이나 위험 방지에 적합하고 최소한의 침해를 가져 오는 수단이라는 점을 헌법재판소에 어느 정도 납득시킨다든지 또는 대통령직 지위를 작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들이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증명해야 한다. 즉 개별적 상황 질서가 요구하는 범위에서 헌법의 통일성에 따른 최소한 제한이었으며, 보다 덜 제한적인 대체 수단이 있었으면 그에 따랐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 요건은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된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기각될 것이다. 특히 법익 균형성의 측면에서도,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대통령직이 희생됨으로써 과잉으로 보호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라는 가중의결정족수를 충족하였다 하더라도 탄핵소추는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 강경근 (숭실대 헌법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3. 29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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