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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전달
2003-11-04
문화예술진흥원의 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참여정부에 들어와 문화예술진흥원의 상부기관인 문화관광부는 문예진흥원을 위원회 체제로 전환시키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개원 30주년을 맞는 문예진흥원을 합의제 행정위원회 체제로 전환시켜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문예진흥원의 현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을 통해 체제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문화관광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 문화계의 동의를 받고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영화진흥위원회나 방송위원회 등의 선례를 통해서 볼 때 위원회 체제만이 문제 해결에 있어 최우선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문화관광부가 수백억원의 예산을 문화예술단체에 배분하고 있는 문예진흥원의 체제변화를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이 문화예술계에 가져올 파장이 크게 예상되고 있다. 1.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의 주요내용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에 관한 문화관광부의 발표를 보면 문화관광부는 예술국의 국고사업 가운데 예술적, 심미적 판단이 필요한 165억원 상당의 사업을 위원회에 이관하는 등 위원회는 문화예술진흥정책의 결정 및 집행을 책임지고, 문화관광부는 정책형성과 평가를 맡을 예정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본원칙에 충실하고자 문화예술진흥을 직접 목적으로 하는 정책에 대한 위원회 자율권을 대폭 확충하고자 한다. 2. 주요쟁점사항 1)위원회로의 전환 취지와 개정(안)이 부합하는가? 개원 30주년이 맞는 문예진흥원이 개혁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문예진흥원 내부조직과 체계의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문화관광부가 상부 기관으로 문예진흥원의 활동에 상당한 제약과 한계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문예진흥원은 자율적인 활동이 거의 없이 문화관광부로부터 받은 예산을 문화예술단체들에게 배분하는 일 외에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원회로의 전환 시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문예진흥원이 좀 더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이번 개정(안)을 볼 때 문예진흥원이 위원회 체제로 간다고 해도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데에는 회의적이다. 문화관광부가 현재 발표한 개정(안)은 이전보다도 규제적 요소가 오히려 더 많아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를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위원회는 지원정책과 기금운용계획에 대해 문화관광부와 사전 정책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에 따른 집행결과를 사후에 문화관광부의 성과평가와 평가결과의 반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사전심의부터 사후평가까지 모두 개입하여 기금운용을 하기 때문에 독립성과 자율성은 보장되기 어렵다. 또한 개정(안)에는 장관이 위원장, 사무처장, 정책연구실장, 감사 등 모든 집행부를 임명하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고 국가의 문예진흥기금을 지원하는 구조하에서, 지배구조 및 경영구조까지 장악할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즉 위원회로의 체제전환이 외형적으로는 다소 민주적이고 자율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체제전환의 근본목적인 문예진흥원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은 확립되지 않는다. 2)11인의 위원회 위원을 문화광광부 장관이 임명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인선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실질적인 일을 담당할 위원들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것은 사업대상, 우선순위, 집행방식의 결정 등 실무적인 문제를 비롯하여 사업운영의 방향을 결정짓는 주요사항이다. 따라서 위원회의 실질적인 심의, 의결, 집행권을 가지게 될 11인의 위원 구성은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차치하고서라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물론 위원 구성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완벽한 해법과 장치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의 선한 본성만 믿고 제도를 운영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밀실 인사나 파행 운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소지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고안되어야 한다. 3)사업정책에 대한 결정은 하면서도 책임은 없다 위원회가 집행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이루어진다. 각각의 위원들이 해당 사안의 결정에 찬반 의견을 밝힐 수 있지만, 일단 다수결에 의해 확정될 경우 그것을 집행하는 주체는 법인인 “위원회”가 되며, 위원 각자의 책임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위원회 회의에서 표결이라는 적법한 과정만 거치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외부적으로는 “민주적 결정”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즉 사업은 하되 이에 대한 책임은 없다. 설령 위원들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해도 범죄적 행위만 아니라면 해당 직위에서 물러나는 것이 고작이다. 따라서 엄청난 문화예산의 배분에 심의, 의결권을 위원들에게 모두 위임하고 책임은 묻지 않는 체계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관광부가 긍정적 의도를 가지고 개정(안)을 추진하더라도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예민하게 얽힐 수 밖에 없는 문예진흥사업의 현실을 어느 정도 감안하여 제도적으로 이를 방지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3. 결 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우리 민족문화의 계승발전과 문화예술의 연구, 창작, 보급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문화예술을 진흥시킬 목적으로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하여 1973년 3월에 설립되었다. 그러나 개원 30주년을 맞는 문예진흥원은 문예진흥기금 예산 중 상당액을 공정한 절차 없이 문화관광부의 지시에 따라 집행하거나 공정성과 효과성이 저하된 결정을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다. 이에 따라 문예진흥원을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케 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제기되었고, 그 중에서 문화관광부는 민예총, 문화연대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합의제 행정 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가 잠정(안)으로 발표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위원회로의 전환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위원회의 위원 구성문제와 위원의 책임성 여부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으며, 문화계의 전반적 동의나 당사자인 문예진흥원 내부에서 조차 그 타당성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등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문화관광부는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좀 더 고려하여 신중하게 개정(안)을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외국의 선례 등도 면밀히 조사한 후 문예진흥원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2003. 11. 4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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