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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실업 구조화 막아야
	2004-03-22
청년실업 구조화 막아야 2월 청년실업률이 9%를 넘어섰다. 청년실업자 수는 46만명에 달해 전체 실업자의 절반을 넘는다. 2월 청년실업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졸업 시즌이어서 학교 졸업과 함께 새로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청년실업이 일시적·경기적 문제가 아니라 항상적·구조적 문제가 됐으며,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의 고통은 실업통계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아서 통계상 실업자로 잡히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실업자와 다름없는 취업 준비생과 그저 놀고 있는 청년 백수가 작년에 청년실업자 수보다 더 많은 50여만명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자가 늘어나면 신용불량자를 양산하여 경제의 건강을 해치고 범죄가 증가하여 사회의 건강을 해친다. 또한, 청년 백수 생활은 근로 동기를 약화시키고, 일하면서 배우는 현장 학습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영원한 백수로 전락할 우려가 대단히 커지게 된다. 청년실업자의 증가는 무엇보다 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있는 데 기인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약화되고 있고, 고용 관행의 경직성, 높은 인건비, 노사 불안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직원 채용을 매우 꺼리기 때문이다. 구인과 구직 사이의 미스매치 심화도 청년실업 문제를 악화시키고 구조적 문제로 만들었다. 연간 대졸자 수는 1995년 32만명에서 2003년 50만명으로 8년 사이에 18만명이 늘어났다. 이들 대졸자는 전통적인 대졸자 직장, 즉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고 중소기업을 기피한다. 그러나 대기업 채용은 줄어들어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다. 그 결과 한편에서는 일자리 없는 청년층이 늘어가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람을 못구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40여만명의 외국 인력이 일하고 있는데도 중소기업의 부족 인력은 14만명에 달하고 있다. 기업의 채용 관행이 바뀐 것도 청년 실업을 증가시킨 요인이다. 1996년에는 신규 채용의 65%를 신규 졸업자 가운데서 뽑았으나 2002년에는 그 비중이 18%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82%를 경력자 가운데서 뽑았다. 이에 따라 경력없는 신규 졸업자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단기적으로 청년들에게 직장 경험과 현장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취업 능력을 길러주는 인턴제를 확대하고 내실화해야 한다. 특히, 민간기업의 채용이 부진한 시기에는 공공부문이 각종 국가 정보자료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선진 기술과 세계적 안목을 기를 수 있는 해외 취업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년들은 눈높이를 조정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이제 대학 졸업장만 가지고 일류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일단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기술을 배우고 경력을 쌓아가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개인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대기업보다 많고 성장 가능성도 크다. 또한 중소기업은 유능한 청년들이 취업하고자 희망하도록 작업 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클린 3D사업’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구조적 미스매치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먼저, 학교교육이 산업인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산학협동과 맞춤식 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 대학 학과별 취업률 공개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학기제를 4학기제로 조정하여 2학기는 학교에서 수업 받고 나머지 2학기는 현장 체험이 가능하도록 하고, 현장 체험에 대한 학점 인정 폭도 확대해야 한다. 고학력 청년들이 취업하기를 꺼려하는 중소제조업에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시켜, 3D산업을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한 예로 전통 날염산업은 대표적 공해 산업이고 3D직업이기 때문에 고학력 청년들이 취업하기를 꺼리지만 IT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날염은 첨단산업으로 경쟁적으로 취업하고자 한다. 중고생에 대한 조기 진로지도와 청년을 위한 직업상담 서비스를 전문화시켜야 한다. 영국은 1998년부터 장기 청년 실업자를 위한 집중 상담 서비스인 뉴딜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청년 취업 촉진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사정의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특히, 지역 단위에서 일자리를 위한 파트너십이 강화돼야 청년실업 고통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출처 - 문화일보 2004. 3. 2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