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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경제발목 잡지 말라
2004-03-15
'탄핵정국' 경제발목 잡지 말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포퓰리즘적(대중영합주의적) 정치꾼들은 부유층의 재산과 소득을 뺏어다가 가난한 계층에다 주면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서민들은 행복할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부자들은 점점 다른 나라로 떠나 버리고 가난한 사람들만 남게 되어 투자는 물론 소비도 안 이루어지고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어 모두가 불행해진다. 성장 없는 분배의 함정이 여기에 있는 바, 성장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최대의 복지정책인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국민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다. 정쟁적 정치꾼들은 경제가 망가져도 정략적 투쟁에 목숨을 걸면서 서민들의 착시적 행복을 악용하려 한다. 드디어 대한민국 정치꾼들이 탄핵이라는 대형사고를 쳤다. 정치꾼들의 정략과 음모가 총선을 앞두고 올인한 나머지 드디어 한국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말았다. 경제는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먹고 자란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난데없이 탄핵이란 핵폭탄급 불확실성이 경제를 강타했다. 참여정부 들어서 지난 1년간 각종 불확실성으로 경제를 힘들게 하다가 새해 들어 소위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경제리더십으로 교체되면서 대책을 펴보기도 전에 메가톤급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더욱이 국민여론이 해방 직후의 찬탁(贊託)과 반탁(反託)처럼, 찬탄(贊彈)과 반탄(反彈)으로 극명하게 분열되어 더 큰 정치적 혼란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 같아 걱정이 태산 같다. 동남아시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탄핵정국은 통화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금융시장의 불안을 증대시키고 투자를 격감시킬 위험이 크다. 물론 국무총리에 의한 권한대행체제가 위기관리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고, 경제부총리가 모든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조치들을 즉각 취했기 때문에 금융시장을 제외한 당장의 경제위기가 눈에 띄지 않아 다행스럽다. 그러나 대행체제가 갖고 있는 관리내각의 한계로 인해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추진해야 하는 개혁정책들의 수행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우리 경제가 아직 선진화되어 있지 않고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력한 정치지도력에 의한 시장개혁의 추진과 성장 동력을 위한 신산업추진을 위한 인프라구축이 필수적이다. 이제 우리 경제가 관리 내각하에 당분간 그대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더욱이 외환위기 당시에 우리가 구조조정할 때에는 크게 고려하지 않던 중국이 이제는 가장 중요한 내생변수로 등장하게 되었다. 따라서 중국변수를 감안한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시장시스템의 교정이 필수적이어서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또 대내적으로 신행정수도 이전이나 국가 균형발전 프로그램의 진행 등은 관리내각에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메가톤급 불확실성이 지배할 때 국내 기업들의 신규투자는 물론 외국인들의 국내투자가 중지 내지는 연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탄핵정국 하에서는 결국 우리 경제가 앞으로 전진하기보다는 기껏해야 지난해의 연장선상에서 현상유지하는 수준일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 경제는 최악이었다. 성장은 2.9%, 청년실업률은 약 9%, 신용불량자는 400만명에 육박하고 천정부지의 부동산값과 사교육비 등으로 서민들의 민생고가 말할 수 없게 악화되었다. 올해에는 설상가상으로 원자재 파동까지 겹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국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총선이라는 정략적 목적으로 올인하며 마주 달리는 기차를 타고 결국은 탄핵이라는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이제 누가 저 불쌍한 서민들과 청년실업자들의 눈물을 닦아 줄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형국이 되고 말았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3. 15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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