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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불안케하는 탄핵 공방
2004-03-11
국민 불안케하는 탄핵 공방 총선을 앞두고 여야간의 신경전이 날로 날카로워지더니 결국 야당이 대 통령에 대한 탄핵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극단적 상황에 이르게 된 책임은 여야 모두 면할 수 없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과연 탄핵 발의 가 정당한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 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실 야당의 대통령 탄핵 주장은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탄핵이 실제 발 의될 것으로 생각한 국민은 많지 않았다. 뚜렷한 명분없이 국정에 중대 한 혼란을 초래하는 탄핵소추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총선을 1개월 정도 남긴 시점에서 탄핵소추가 발의됨으로써 많 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현행 헌법은 탄핵 사유로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명시하고 있다. 탄핵이란 고위 공무원의 권력형 비리를 통제 하기 위한 장치로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권한 행사가 정지되며, 헌법 재판소에 의해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공직에서 파면된다. 뒤집어 말하자면 그 정도 결과가 요구되는 중대한 상황이 아닐 경우에 는 탄핵을 함부로 발의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 탄핵 발 의가 과연 정당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현재 야당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로 들고 있는 것은 선거중립 의무 위반, 대통령 측근 비리, 경제 파탄 및 국정 혼란에 대한 책임 세 가지 로 요약된다. 그 중 대통령 측근 비리 문제는 대통령 관련 부분이 명확하게 밝혀진 후에 다투어야 할 문제이고, 경제 파탄과 국정 혼란은 너무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과연 그것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행위를 통해 야기된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결국 가장 중요한 사유는 이른바 선거중립 의무 위반인데 여기에도 몇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다. 정치적 중립과 신분보장이 요구되는 직업공무원과 달리 대통령의 정당 가입 및 정치활동은 금지되지 않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 측면과 개인 자격으로서의 정치적 의 사표현은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선거에 대한 무조건적인 중립을 요구 하고, 개인적 발언조차 위법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또 대통령의 발언이 위법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의 심각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권력을 이용한 구체적인 선거 개입 행위 없이 단순한 기자회견 시의 발언을 이유로 탄핵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많은 국민은 야당의 탄핵소추가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인 의도에 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현재로서는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됨으로써 초래될 국정의 혼란 과 경색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권한대행체제가 잘 가동되더라도 대행체제 성격상 새로운 정책 입안과 시행, 상황 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고, 외교적인 문제나 국가의 대외신인도 및 그와 결부된 경제적 악영 향도 결코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의 위법행위로 인한 국민적 불신이 심각해 대통령이 물러나 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고, 헌법재판소에서도 탄핵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 그러한 악영향을 감수하고 탄핵소추를 하는 것도 정당화된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해서 탄핵소추를 발의 또는 의결했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진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가져올 국가 전체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무시한 무책임한 주장일 뿐이다. 대통령을 탄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탄핵이 가져올 파장을 고 려하는 가운데 과연 국가 전체, 국민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 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대통령이나 야당 편에서 정략적 고려에 따라 탄핵소추의 가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만일 탄핵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탄핵 발의로 인해 국가적 손실이 실제 발생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수 있을 것인가.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4. 3. 11 테마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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