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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경쟁력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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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1 |
| 사람이 경쟁력인데... 한 나라의 국제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천연자원.자본.사람이 있는데 천연자원과 자본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사람만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중요한 사람을 경쟁력 있게 키워내고, 그렇게 키워낸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 지난 30년 동안 시행됐던 교육평준화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의미 있는 두개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그런데 이 연구자들이 교육평준화의 파괴자로 매도되고 있다. 우리 현실이 문제점의 개선을 위한 토론조차 용납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된다. 평준화 매달려 엘리트 양성 소홀 구체적으로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는 '현행 평준화 제도가 사교육을 조장했고, 이에 따라 고학력.고소득 부모를 가진 학생의 서울대 입학률이 커지고 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육개혁연구소는 '비평준화 지역 고교생의 성적 향상도가 평준화 지역 고교생에 비해 높았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모든 학문 연구가 그러하듯 이들 연구 또한 데이터나 방법론상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연구에 대한 비판은 그런 측면에서 행해지고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또 다른 정교한 연구가 시도돼야지, 무조건적으로 이념적인 차원에서 매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인적 경쟁력의 중요성은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분명해진다. 지난 20세기 동안 항상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서 새로운 기술을 발명한 나라들이 국제경쟁에서 이기고 선진국이 됐다. 목기시대에 철기제품을 발명하고, 석탄.석유 동력시대에 원자력을 발명하고, 아날로그 시대에 디지털을 발명한 것이 그 예다. 이런 신기술은 우수한 인재들에 의해 발명되게 마련이고 이런 엘리트들은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한 교육제도의 결과로 배출된다. 일반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도 중요하지만 빌 게이츠나 아인슈타인 같은 우수한 인재 한 사람이 국제경쟁에선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경쟁이 그렇듯이 안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단련되지 않은 사람들이 바깥의 무한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최근 국제경영전략연구원(IMD) 보고서에서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인구 2000만명 이상 30개 국가 중에서 28위로 나타났는가 하면, 미국과 유럽의 일류대학에서 우리 유학생을 받아주지 않고 국제적인 학력 비교평가에서 우리 학생들의 성적이 급락하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다. 경쟁력 있는 사람을 육성하기 위해선 현행 평준화 교육 논리도 문제지만 학교 졸업 후 사람들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일 인센티브가 없도록 만드는 각 직업 종사자의 집단이기주의와 경직적인 보상체계도 문제다. 교육자.의사.법조인이 개방을 반대하면서 안에서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하고 있고, 정치인.공무원.노동자들이 칸막이를 한 채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지금 이공계 기피 현상 때문에 난리지만 과학기술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면 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다. 청와대 인사 시스템 문제 없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력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이나 정부.연구소에서 유능한 인재를 배제하고 사적인 인연이나 충성도를 기준으로, 혹은 그 동안 소외됐다는 이유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중용한다면 그 기관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하루하루 치열한 국제경쟁에 직면해 있는 우리로선 부족한 사람을 키워 성공하기를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참여정부 들어 청와대와 수많은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가 중요한 국가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거기에 과연 얼마나 유능한 인재들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정책들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그들의 인적 구성이 우리 사회의 인사관행상 결국 공공기관.금융기관.기업을 포함한 사회 구석구석의 인사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 출처 - 중앙일보 2004. 3. 11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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