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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기업 정서 없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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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9 |
| 反기업 정서 없애기 상업관이 국가 흥망 결정 … 재벌들도 지배구조 바꿔야 세계 경제의 흐름을 보면 17세기 이전까지는 기독교가 지배하는 유럽에 비해 회교의 중동 지역이 경제적으로 앞서 있었다. 유럽의 초기 기독교가 상업에 대해 배타적이었던 데에 비해 척박한 모래사장의 중동은 상거래에 대해 호의적이었기 때문이다. 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가 상인이었고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밧드도 무역상이었다. 또한 회교도들의 연례 행사인 메카 성지순례 ‘하지(haji)’도 국제 무역을 활발히 일으키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17세기 이후 유럽이 경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이유는 신대륙 탐험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상업에 대한 자세를 긍정적으로 바꾼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신대륙 탐험과 같은 대형사업의 큰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파트너십이 필요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업형태가 출현하기 시작하였다. 반면 중동지역은 여러 명이 힘을 합치기보다는 양자(兩者) 간의 상거래에만 치중하다 결국 유럽에 경제적으로 뒤처지게 되었다. 이후 신대륙 미국이 1세기 만에 유럽을 제치고 경제적으로 가장 부강한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의 하나는 미국의 각 주마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기업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역사의 흐름을 보면 어느 지역 또는 어느 국가가 경제적으로 성공하느냐 여부는 궁극적으로 그곳 사람들이 상업과 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시급히 요구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큰 걸림돌 중의 하나는 우리 국민들의 반(反)기업 정서이다. 이러한 정서가 생긴 데는 경제개발 과정의 정부 특혜와 정경유착, 특히 최근의 정치자금 수사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 부실한 경제 교육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몇 차례의 여론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국민들의 반 기업정서에 영향을 미친 핵심요인은 기업인에 대한 불신과 그 밑바닥에 깔린 재벌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있다. 우리나라의 재벌 체제는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지적했듯이 패러독스(역설)적인 면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가족중심 사회에서는 소규모의 가족기업이 아닌 민간 대기업은 탄생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산업에 따라 민간 대기업을 반드시 키워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 주도 개발전략으로 탄생한 것이 재벌이다. 이런 재벌체제의 대기업들은 저개발국이었던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이만큼 성장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반기업 정서의 핵심 요인인 기업지배구조에는 획일적인 정답이 없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이 각기 다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뛰어난 모델로 간주되었던 미국식 지배구조에도 쉽게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큰 문제가 있음이 엔론 사태로 드러 났다. 실은 역사상 최초의 주식회사가 탄생할 때 논란이 되었던 ‘주인 의식이 없는 무수한 주인’들의 문제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재벌체제도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직한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며 동시에 성공적인 기업의 핵심 역량인 강력한 리더십의 주인의식도 중요하다. 결국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우리 특유의 발전적인 기업지배구조를 다시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느냐의 여부가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없애고 경제적인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인 것이다. 박성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4. 3. 9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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