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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채 살려야 소비가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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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6 |
| 카드채 살려야 소비가 산다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2.9%로 추정된다. 이나마도 세계 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민간투자나 소비는 오히려 후퇴하거나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 다시 등장한 이헌재 경제팀에 국민이 거는 기대는 크다.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 창출의 근본적 해결책은 기업의 투자 마인드가 살아나고 가계소비가 증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투자의욕을 위축시키는 대표적 요인은 투쟁 위주의 노사관계, 불필요한 정부 규제, 과도한 조세 부담, 불안한 정치상황 등이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원인은 내수가 너무 위축되어 기업이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데 있다. 소비를 다시 살리는 게 문제 해결의 핵심인 것이다. 현재 소비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370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 문제다. 일단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면 금융거래를 엄격하게 제한받기 때문에 소비를 포함한 정상적인 경제행위를 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신용불량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할 마땅한 방법은 없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빚을 대폭 탕감해 주는 것이 떠오르지만, 이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시장경제의 근본을 무너뜨린다. 지난 연말의 LG카드 사태 당시, 정부는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면 채권금융기관들은 더 큰 손해를 본다는 이유로 채권단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도록 압박했다.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었던 더 큰 이유는 신용불량자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우려했던 점이다. 최대 신용카드사인 LG카드가 무너지면 여러 금융회사에 빚이 있는 다중 채무자들의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져 50만명 이상의 새로운 신용불량자가 발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채권단의 2조원 규모 신규 자금지원 및 LG그룹의 추가 손실부담과 산업은행에 의한 위탁경영으로 봉합된 LG카드 회생방안으로 금융시장은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LG카드 사태의 여파로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드회사들의 신규 회사채 발행은 거의 불가능하다.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부실이 심화하자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회사인 카드사들을 흡수.합병하여 유동성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은행과 달리 전업카드사는 수신기능이 없으므로 회사채 발행이 가장 중요한 자금 조달원이다. 또 다른 대형 전업사인 삼성카드의 경우 재무상황이 LG카드보다는 양호해 유동성 위기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유동성 확보와 시장신뢰 회복을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주주로부터 1조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이 카드채 발행시장이 사라진 상황이 장기화하면 삼성을 비롯한 전업카드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이대로 두면 신용불량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카드사가 어려워지면 이용 한도를 줄이게 되고, 그러면 신용불량자는 더 늘어난다. 따라서 카드채 시장부터 정상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전업카드사들은 회사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 삼성카드는 같은 계열인 삼성생명에서 수조원의 크레디트 라인을 제공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재벌 보험사가 계약자의 돈으로 부실한 계열 금융회사를 지원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예금자의 돈으로 부실한 카드사업을 보전했다. 은행예금은 일정액이 보장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도덕적 해이의 우려는 오히려 은행 쪽이 더 크다. 이렇게 카드채시장 안정화 조치가 조속히 취해지고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이 이뤄져야 카드사들의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 그래야만 또 다른 LG카드 사태를 피할 수 있고 금융위기와 신용불량자 양산을 방지할 수 있다. 그래야 소비도 되살아난다. 이는 우리 경제 회생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 교수) 출처 - 중앙일보 2004. 2. 26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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