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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不實 탕감은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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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6 |
| 개인不實 탕감은 안된다 작년 12월 말 현재 국내 신용불량자 수는 370만명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숫자다. 4인 가족 기준으로 10가구 중 3가구가 신용불량자 문제로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신용불량자 예비군이라고 할 수 있는 3개월 미만 연체자도 약 200만명에 이른다. 경기가 획기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이 중 상당수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심각한 것은 최근 1년간 20대 신용불량자 증가율이 전체 신용불량자 증가율의 두 배가 넘는다는 점이다. 신용불량자 문제에 대한 근본대책은 경기회복과 그로 인한 취업기회 및 소득 확대밖에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이런 총론이 아니다. 오히려 금융의 각 현장에서 시장경제원리를 어떻게 지키면서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한 각론이 훨씬 중요하다. 신용불량 문제가 이슈가 됐을 때 빚을 갚겠다는 의지에 대한 엄격한 심사 없이 원리금 대폭감면 등 선심성 대책을 내걸었던 것이나, 선거를 앞두고 특별사면을 거론하는 것은 모두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원칙이 무너지면 성실하고 정상적인 채무상환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상습 연체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도 증폭된다. 돈을 빌리고 갚는 과정에서의 기율이 무너지는 것이다. 채무 부실화 징조가 보일 때 한꺼번에 금융기관들이 신용한도를 줄이면 채무자는 채무불이행(Default)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채무자가 스스로 갚을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도 서서히 대출한도를 줄여나가는 요령이 필요한 것이다. 2002년 7월 금융기관 대출정보가 일시적으로 은행연합회에 집중되면서 각종 채무정보가 공유되고, 그 결과 채무자의 대출 이용한도가 일제히 축소되었다. 갑자기 자금줄이 막힌 서민들은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신용을 줄이되 채무자가 충분히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 수준에서 채무를 조정하는 채권기관의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신용불량자 문제와 관련,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은 개인에 대한 철저한 신용관리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개인이 신용기록을 쌓을 때까지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없다. 심지어 직장을 구할 수도 없다. 소비와 신용의 행태는 향후 그 개인의 신용위험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든 부문에서 개인신용평가회사(CB)의 신용보고서(Credit Report)를 예외없이 떼어본다. 신용이란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쌓여나가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채무자 회생법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개인은 금융기관 대출금뿐만 아니라 백화점 연체금, 일반사채 등도 ‘8년 동안 본인이 갚을 수 있는 만큼만 갚고 나머지는 모두 탕감’ 받을 수 있다. 자칫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신용회복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홍콩은 1998년 파산법을 고쳐 4년 후 채무가 자동 소멸되도록 한 결과 2002년 말 파산자수가 2800%나 증가했다. 파산법을 통해 채무자의 책임을 면해주는 비율이 98%였던 일본은 2002년 개인파산이 무려 21만건이었다. 그 결과, 결국 파산신청 요건을 한층 강화한 ‘민사재생법’을 제정했다. 독일에서는 파산신청을 하려면 최소 6개월 전에 채권자와 채무정리계획을 합의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려 깊게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조길연 (한국 신용평가정보 전무) 출처 - 조선일보 2004. 2. 26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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