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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골몰하는 문화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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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28 |
| 토론에 골몰하는 문화부 문화행정 계속 포류 … 비전도 없이 명분싸움만 매년 문화관광부에서는 ‘문화기반시설 관리운영 평가’를 한다면서 지방자치단체를 포함 전국 문화기관에 설문지를 내려 보낸다. 그런데 우수문화기관을 선발해 국고보조금을 지원해 준다는 평가서의 항목들을 보면서 과연 문화부가 하는 일들이 앞뒤가 맞는 일인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공연장 운영에 관한 한,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그 기본이 지원에 대한 명시적 근거를 담보로 한 특별법인의 설립이다. 민간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어차피 수익을 낼 수 없는 공공재로서의 공연예술 발전을 정부가 지원하게끔 법률로 보장한다. 그런데 이런 문화정책의 기본을 제일 먼저 무시한 곳이 우리나라 문화부다. 국립극장만 해도 법인 전환으로 공무원 자리 수가 줄어들까 노심초사해서 내놓은 운영방식이 수장(首長)만 전문인에게 맡긴다는 책임운영제다. 말만 책임운영제지 수장의 자율권도 공무원의 입김에 좌지우지되기 일쑤고 경직된 예산회계법 등의 제약으로 외국의 극장처럼 몇 년 후의 공연계획을 짜는 일이란 아예 불가능하다. 문화부가 만든 설문내용을 보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책입안자가 아는지…’ 한숨 나오는 항목들이 수두룩하다. 운영 주체가 대부분 관이나 시설관리공단인 비효율적 시스템은 외면해버린 채 ‘관장의 위임전결 사항이 어디까지냐’ ‘관장의 출신과 직급이 뭐냐’는 것을 시시콜콜 묻는 문항 일색이다. 게다가 돌아가면서 보조금을 나눠먹는 이 사업의 시행 이후 전국 문화공간들이 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 문화부가 우리 나라 문화 발전에 관해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다. 문화부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문화정책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창동 장관 취임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명확한 문화입국(立國)을 향한 비전조차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말만 많고 실천하지 않는 NATO(No Action Talk Only) 정부였다는 것이 문화계 일반의 평가다. 단적인 예가 작년 7월 문화부와 교육부가 합의했다고 발표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정책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양 부처가 공동사업단을 구성하고 아직도 소위원회를 구성한 채 토론만 하고 있다. 경기도가 도립예술단체 단원을 소규모 농촌 초등학교를 대상 ‘예술교육멘토 프로그램’에 투입하기로 확정한 뒤 문화부가 부랴부랴 홈페이지에 띄운 ‘정책 속보’는 ‘속보(速報)’가 아닌 차라리 ‘정책만보(慢報)’ 코미디다. 문화예술교육활성화 종합계획을 4월까지 수립하여 발표할 예정이라는데, 행간(行間)을 읽어보면 10개월 동안 뭐했는지는 차치하고 실현시기조차 분명하지 않다. 문화가 경제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성장엔진이라고 강변하면서도 기본을 깔아주는 정책의 속도는 말만 무성한 채 시기를 놓치고 있다. 간발의 시간차가 기업의 흥망과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문화부의 유능한 관리들이 모를 리 없다. 문제는 이 장관 취임 이후 장관이 패거리 예술인이나 모으고 비판자들과 오기어린 싸움을 벌이는 데만 전념하고 있는 사이 그동안 자리잡아가던 문화행정이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NATO가 아닌 DTAO(Don’t Talk, Action Only)로, 제발 문화부가 본 궤도에 돌아오길 바란다. 홍사종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장·극작가) 출처 - 조선일보 2004. 1. 28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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